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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May 06. 2022

치킨 맛 치킨무, 치킨무 맛 치킨

매일 발행 33일차

카페인이 없는 커피, 맥주 맛이 나는 탄산수, 햄 맛이 나는 콩고기, 곤약으로 만든 밥, 칼로리 없는 설탕...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대체식품 시장은 날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버섯을 고기처럼 쫄깃하게 조리한다든지, 오이나 당근을 가늘게 썰어 면발처럼 만든다든지 하는 채식 레시피도 나날이 발전해 왔죠. '내가 좋아하는 맛'을 더 건강한 재료로 즐기고자 하는 노력일 텐데요.


저희 연구진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뇌에 칩을 심어 스마트폰 앱으로 음식 맛을 조종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맥주'를 입력하고 냉수를 마시면 완벽한 맥주 맛으로 느껴집니다. '치킨'을 입력하고 치킨무를 먹으면 치킨 맛이 나고, '치킨무'를 입력하고 치킨을 먹으면 치킨무 맛이 납니다. 심지어 식감과 온도, 씹는 소리까지도 입력한 대로 느껴진답니다. 굉장하죠?


저희 연구진도 모두 스스로 칩 이식을 받았는데, 걸핏하면 밤을 새웠던 연구 기간에도 누구 하나 소주나 컵라면을 찾지 않았습니다. 야식이 땡기는 밤 10시쯤이 되면, 아몬드나 당근스틱처럼 먹기 편한 간식을 꺼내놓고 배달음식 고르듯 앱을 스크롤하곤 했죠. 같은 당근스틱을 나눠 먹으면서도 나는 백순대 맛, 너는 떡볶이 맛을 각자 즐길 수 있으니 메뉴 결정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습니다.


다만 영양불균형은 주의해야 합니다. 연구진 중에 한 명은 며칠 동안이나 우유 맛 물과 샌드위치 맛 껌만 씹으며 버티다가 쓰러질 뻔한 적도 있었답니다. 자신이 먹는 음식을 주의깊게 살피며 관리하지 않으면 필수영양소와 칼로리가 부족해지기 십상입니다. 식단일기를 꼬박꼬박 쓰시길 추천드리고요.


저희는 앞으로 이 기술을 운동 분야에도 접목할 계획입니다. '숨 찬 느낌', '근육이 땡기는 느낌' 등을 진심으로 신나고 기분좋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프로그래밍하다보면 그 수많은 자기계발서는 모두 구시대의 유물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인간에게 더 이상 의지력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면 인간사회는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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