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발행 59일차
퇴근길 카페에 들러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당근케이크를 먹으며 씨네21을 읽었다. 내일 하루가 몹시 고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미리 당 충전도 하고 힐링도 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휴일의 여유를 즐기는 대표적인 방법이 패스트푸드점에서 모닝세트를 먹으며 씨네21을 읽는 것이었다. 발행 요일은 매주 화요일이지만, 경험상 광화문 교보나 종각 영풍에서는 토요일 오후쯤이면 이제 막 인쇄된 최신호를 구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는 곳도 멀어지고, 코로나 이후 영화관에 가는 일이 급격히 줄면서 예전만큼 매주 챙겨 읽지는 않게 되었지만 서점에 갈 때마다 꼭 잡지 코너에 들른다.
내가 씨네21을 좋아하는 이유는 창작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감독이, 작가가, 배우가, 각 분야 스태프가, 제작자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철학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지 다각도로 엿볼 수 있다. 잡지 한 권 속에서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을 두루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영화 얘기 외에 드라마나 책 소개글, 작가 인터뷰, 에세이 등도 심심치 않게 실린다. 요즘은 특히 '이경희의 오늘은 SF' 코너를 즐겨 읽고 있다. 지금은 끝났지만 '정훈이 만화'도 좋아했다. 만화 자체도 재밌었지만, 30컷짜리 만화를 매주 한 편씩 25년간 그려낸 정훈이 작가의 규칙적인 삶이 부럽기도 했다.
사실 씨네21의 기사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카페에서, 공원에서, 햄버거 가게에서 종이잡지의 얇은 책장을 팔락팔락 넘기며 읽는 맛은 포기할 수 없다. 이런 순간에, 잡지란 휴식 그 자체이다. 내가 잡지라는 형식을 좋아하게 된 것도 씨네21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잡지는 모름지기 얇아야 제맛이라고 생각한다. 한 손으로 가볍게 잡지를 펴들고 다른 한 손으로 커피잔을 들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엄청나게 촌스러워 보이겠지만...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꽂을 수 있는 잡지'에 대한 로망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왜 문학잡지는 이런 얇은 잡지가 없을까? 새로운 분위기, 새로운 판형의 문학잡지도 많이 나왔지만 아직도 너무 두껍고 무겁다. 그래서 내가 얇은 잡지를 만들어보긴 했지만 ㅋㅋㅋㅋㅋ...
이번 1358호는 칸영화제 현지 인터뷰가 많아 재미있었다. 시상식 이전에 마감되어 수상 소식까지는 실리지 않았지만, <헤어질 결심>, <브로커>, <헌트>,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 등 이슈작 관련 기사가 알차게 채워져 있었고, 특히 <브로커>는 촬영·미술·음악·의상 등 여러 분야의 스태프와 제작사 대표 인터뷰가 망라되어 흥미로웠다. 칸영화제와는 별개로 신수원 감독, 이정은 배우의 <오마주>에 급 관심이 생겨 꼭 챙겨볼 생각이다.
다음 호는 대망의 칸영화제 수상 특집이겠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