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 Jun 04. 2022

나만의 미루기 극복 매뉴얼 만들기

매일 발행 63일차

나에게 마감은 브런치뿐만이 아니다. 어쩌다보니 직장에서도 마감에 맞춰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이번 현충일 연휴 동안 A4 3~4쪽 정도를 써내야 한다. 휴일에는 일하지 않는 게 철칙인데 이렇게 종종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한글파일을 열었지만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쓰기 싫고 졸음이 쏟아졌다. 휴일에 일거리를 붙잡고 있는 이 현실이 억울했다. 초능력을 발휘해 오늘 뚝딱 끝내버리면 내일과 모레는 홀가분하게 보낼 수 있을 텐데, 미루기만 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긴 여름해도 기울어갈 무렵, 오늘 하루도 버렸다는 자괴감, 연휴 사흘을 끝까지 이런 식으로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네이버 검색창에 '미루기 극복' '시작하는 방법' 등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인가! 이미 미루기 극복에 대한 수많은 책을 읽고 오만가지 방법을 다 시도해본 내가 아니던가!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나의 손가락은 홀린듯이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는 11가지 방법'이라는 글을 클릭하고 있었다. 인터넷세상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출처 모를 글이었다. 그런데 내용이 의외로 괜찮다...?



'한자리에서 끝마치겠다는 결심은 질리게 만들고 미루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문장을 읽으니 바로 지금 내가 그러고 있었다. '할 일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보라'는 조언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해야 할 일거리는 제쳐두고 또 '나만의 미루기 극복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인생이 늘 이런 식이다......


나의 행동패턴, 그동안의 경험, 방금 읽은 인터넷 글 등등을 참조해, 나자신과의 대화 루틴을 만들었다. 괄호 안은 각 부분의 의도를 설명한 것이다.


“미루고 있음을 알아차렸다면”

1. 지금 기분은 어떤가?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인정해주기)

2. 시작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이 구체적으로 어디인가? (두려움의 핵심 찾기)

3. 비합리적·부정적인 생각을 합리적·긍정적 생각으로 바꿔보자. (부정적 사고흐름 바꾸기)

4. ‘000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쉬울 수 있다’를 열 번 타이핑하자. (두려움을 줄이고 키보드 두드리는 감각 일깨우기)

5. 남 눈치 안 보고 어이없을 만큼 대충 후딱 끝내도 된다면 어떻게 처리할까? (완벽주의 버리기)

6. 할 일을 잘게 쪼개, 가장 쉬운 부분이 뭔지 찾아보자. 3분 이내에 끝낼 수 있는 걸로. (실마리 찾기)

7. 프리타이머 앱을 열어, 에너지수준에 따라 5분~10분쯤으로 맞춰보자. (시간 제한으로 부담 줄이기)

8. F2를 누르고 가장 쉬운 일부터 시작해보자. (한 걸음 떼기)


위와 같은 내용을 언제든 열어볼 수 있도록 '미루기 극복 루틴.txt' 파일로 만들어 컴퓨터 바탕화면 맨 위에 올려놓았다. 앞으로 뭔가를 심각하게 미루고 있다 싶으면 그대로 복붙해 몸풀기 스트레칭하듯 하나씩 풀어볼 생각이다. 효과가 있을지는 내일 시험해봐야지. ㅎ




6월 6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모든 일을 끝냈다.ㅋ 저 8개 루틴을 다 거칠 필요도 없이 그냥 4번 5번만으로 시작 가능했다. 그때그때 컨디션과 미루는 이유에 따라서 골라 쓰면 될 듯...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 뒤풀이 1, 묘사 수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