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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Jun 17. 2022

나의 미라클모닝 실패기

매일 발행 75일차

어제 인터넷에서 ‘아침잠 깨는 법’을 검색해보고 새로운 비법 하나를 발견했다. 잠자리 옆에 분무기나 미스트를 놔두고 아침에 깨면 바로 얼굴에 물을 뿌리라는 것이었다.


‘오, 그럴싸한데?’


기대에 부푼 나는 곧장 향기나는 미스트를 사서 베개 옆에 두었다. 자기 전에 시험삼아 뿌려보니, 시원하고 향긋하게 촉각·후각을 동시에 자극해 기분 좋게 잠을 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후 아침에 핸드폰 알람이 울렸을 때는 미스트의 존재조차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으니, 결국 평소보다 더한 늦잠을 자고 말았다.


그동안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어떤 시도와 실패를 해 왔는지 떠올려본다.


1. 8시나 9시 등, 파격적으로 일찍 누워서 잠 > 일찍 자도 똑같이 늦게 일어나는 나 자신을 발견함.


2. 아침 알람을 좋아하는 노래로 설정, 기분좋게 따라 부르며 잠깰 수 있기를 기대함 > 좋아하던 노래가 지겨워지는 부작용 발생.


3. 아침 알람을 라디오로 설정,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잠이 깨기를 기대함 > 내가 그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얘기에 관심이 많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달음. 뉴스 소리가 아이들 자기 전에 읽어주는 동화처럼 아련하게 멀어져감.


4. 산수 문제를 풀어야 알람이 꺼지는 앱 설치 > 산수 문제를 다 풀어도 잠이 깨지 않음.


5. 형광등 스위치 바로 밑에 쇠망치 알람시계와 칫솔치약이 담긴 컵을 두고 알람이 울리면 튀어가 알람을 끄는 동시에 불을 켠 뒤 치약뚜껑을 엶 > 한동안 효과를 보긴 했으나 아침마다 ‘때르르르르르르르릉’ 하고 벼락치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스트레스가 컸고, 졸리면 알람만 끄고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게 됨.


이쯤 되면 그냥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저녁형 인간으로서 살아가도 될 텐데 왜 이렇게 미련을 못 버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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