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발행 76일차
매일 발행, 어찌어찌 76일째 이어 오고는 있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까지 힘든 미션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일기 쓰듯 써도 될 텐데, 소심하고 게으르고 우유부단하면서 욕심만 많은 나에게는 정말이지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관성이 붙어서 습관적으로 잘 굴러갈 법도 한데 아직도 매일이 고비인 느낌이다...
예외를 허용하면 예외가 일상이 될까봐 '무조건 매일'이라는 결심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나 자신에 대한 불신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하루 놀게 해주면 맨날 놀려고만 할까봐 무조건 매일 공부를 시키는 부모처럼 융통성이 없었던 거다.
얻은 게 많긴 하다. 과거의 나는 꿈도 못 꿨던 장기프로젝트를 실행하며 내가 몰랐던 나의 잠재력을 알게 되었고, 책을 만들 재료가 쌓여가고 있다. 좋은 작가 이웃들을 얻었다. 매일 발행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조금 달라질 것 같다.
하지만 잃은 것도 있었다. 저녁시간의 자유를 잃었고(저녁에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했던 때는 얼마나 편했을까!), 한 주제에 대해 며칠쯤 시간을 들여 진득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잃었다. 하긴, 주1회 발행이라도 한 주 내내 팽팽 놀다가 지금과 똑같이 마감 직전에 머리를 싸맬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매번 그러란 법은 없지 않은가? 그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여유시간을 아예 차단해버리는 게 과연 최선일까?
100일을 채운 뒤 발행 주기를 주1회로 바꿀까 주2회로 바꿀까, 주2회로 한다면 수요일 토요일이 좋을까 목요일 일요일이 좋을까,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 언젠가 다시 매일 발행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퇴사라도 한 뒤에야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