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발행 77일차(?)
21시간이라는 짧은 만남 동안 너무 많은 얘기를 해서, 이 여행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난 아직도 고딩 때의 정신세계 그대로인 것 같은데, 친구들도 겉으로는 그때 그 모습인 것 같은데, 다들 어느새 노련한 사회인이 되고 학부모가 되어 어른다운 생활과 고민을 하고 있었다. 20년을 한순간에 타임슬립한 듯 얼떨떨했다.
2022년 6월의 밤바다 주변은 코로나가 정말 끝난 듯 북적거렸고, '불꽃놀이 금지, 위반시 과태료 부과' 현수막이 무색하게 여기저기서 불꽃 폭죽이 터졌다. 경고등을 켜고 백사장 위를 천천히 달리는 단속차량도 진심으로 단속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조개 굽는 짭짤한 냄새, 시원한 파도 소리, 많은 행인들 사이에서, 편의점 야외테이블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미니홈피의 옛날 사진들을 돌려봤다.
사회로 나온 뒤로는 서로 별명을 부르고 반말을 하는 관계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조금은 거리를 두고 예의를 차려 왔다. 그런 사회생활이 피곤했던 만큼 친구들이 더 반가웠던 것 같다. 어린시절의 귀여운 흑역사와 추억을 함께 공유하며, 현재의 고민까지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말 그대로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 것이다.
내년에는 제주도를 가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때까지 다들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