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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Jun 23. 2022

20일밖에 안 남았다니

매일 발행 81일차

이런이런, 100일 고지를 코앞에 두고 해이해지고 있다. 어제치 글을 올리지 않고 또 아침까지 자버렸다... 안 돼, 위험해, 정신차려 이친구야!!!


20일‘밖에’ 안 남았다는 위기감이 슬금슬금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100이란 손가락 열 개인 인간이 모든 손가락을 열 번 꼽은 숫자일 뿐, 글 100편이 쌓인다고 해서 ‘완결’이 되는 건 아니다. 글감을 못 정하겠다고 80일 내내 징징댔는데, 작가의 서랍을 열어보니 ‘이건 나중에 시간 많을 때 써야지’ 하고 킵해둔 글감들이 한 트럭이다. 그놈의 시간은 대체 언제 많아지냐고.


4주 전에 다녀온 팀버튼 특별전 후기를 여태 미루고 있다. 피아노 얘기도 두어 편은 더 써야 될 것 같고, 소개하고 싶은 책·영화·팟캐스트가 줄줄이고, VR게임에 빠졌던 얘기, 묘사 연습, 시점 연습, 몇 가지 소재의 소설 등등 아직 못 쓴 글들이 너무 많잖아! 이걸 20일 동안 다 쓸 수 있을까? 나중에 쓰려고 미루는 글들은 결국 나중에도 못 쓰고 마는 걸까?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매거진은 마침내 소설을 써내는 것으로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내심 기대했는데 개뿔, 이건 100일 동안 걷는다고 정확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그런 여정이 아니었다. 어학연수 석 달 다녀온다고 누구나 영어에 능통해지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랄까.


이번에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 커리어 욕심 따윈 0.1%도 없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만 치고 싶은데 돈 벌어야 되니까 어쩔 수 없이 활동하는 거란다. 와... 부럽다. 천재로 사는 인생.


난 산에 들어가서 글만 쓰고 싶을 정도의 열정이 있나? 있으면 지금 이러고 있겠어? ㅋㅋㅋㅋㅋ 솔직히 나도 커리어나 유명세에 대한 욕심은 없긴 하다. 돈만 있으면 평생 혼자 글쓰고 책보고 산책하고 영화 드라마 보고 피아노도 치고 여행도 다니고 이것저것 하면서 꼼지락꼼지락 놀고먹고 싶다. 하지만 산에 들어가 오직 글만 쓰면서 살고 싶은 건 아니다(그러고 보니 한두 달 정도는 해보고 싶기도?).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은 100일이 지나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인세 받는 전업작가가 되어 자유로운 인생을 사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 자체에 의의를 두고 평생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겠나. 이번 생은 이 정도로 사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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