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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Jun 24. 2022

가지치기가 필요한 사람

매일 발행 82일차

가끔 ‘내가 혹시 자의식 과잉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 내가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있나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자기 인생이 제일 중요하고 자기 생각 많이 하는 건 남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최근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 바로 그 얘기가 나왔다. 배우 최초로 올림픽 메달도 따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되고 자기 책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도 하고 싶다는 박민하에게 자의식 과잉이라고 말한 것이다. 본인에게 몰두되어 있고, 목표가 과도하게 팽창돼 있고,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포함해서 생각하는 방향이 약하다고. 목표가 너무 많으면 빵빵해진 풍선처럼 자의식이 팽창되어 본인이 힘들어지므로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고.


그렇다면 자의식 과잉이란 '나는 특별한 사람이고, 나만의 멋진 목표들을 다 이뤄야 하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완벽하게 잘해내야 하고, 그 결과 누가 봐도 진짜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게 인생의 목적이다'라고 믿는 걸까? 혹시 나도 그런가? 나도 가지치기가 필요한 사람인 건 아닐까? 


솔직히 나도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고, 잡다하게 목표도 많고, 나자신에게 몰두하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크게 자괴감 느끼는 면이 있긴 한 것 같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솔직히 말해보자면, 엄청난 작품을 써서 세계 수십개국에 번역서가 출간되고, 해외 초청도 받고, 내 책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장에 구경도 가고, 그러다 결국은 유명세가 성가셔 은둔생활하며 서재와 정원이 딸린 집에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치고 춤도 배우고 등등의 상상도 해보긴 했다...


물론 지금은 '인생 뭐 있냐, 대충 살자, 다 잘할 필요 없다' 하는 마인드지만 다 잘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어졌다기보다는 '다 잘하고 싶지만 못하겠지, 그래도 살긴 살아야 되니까 적당히 살기로 마음을 먹자'는 결심에 가까운 것 같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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