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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Jul 03. 2022

100일 기념으로 뭘 할까

매일 발행 92일차

드디어 매일 발행 100일이 다음주로 다가왔다! 세상에나!


100일 기념으로 나를 위한 선물이란 걸 해볼까 싶어 과감하게 20만 원이라는 예산을 잡았다. 그런데 돈도 써본 사람이 쓸 줄 안다고, 이 돈을 어디다 써야 할지 도통 생각이 안 나는 거다.


내 이성은 의자를 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백번 맞는 말이었다. 15년 전에 산 듀오백 의자의 등받이 한쪽이 삐뚤어진 지 5년이 넘었으니까. 가끔씩 '무슨 대학교 도서관 의자' 같은 키워드로 몇 시간이나 검색을 한 적도 지만 뭘 살지 결정하지 못했다. 100일 기념으로 의자를 산다면, 앞으로의 작업을 좀 더 건강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왠지 의자는 기념 선물이라기보다는 생필품 느낌이 들어 끌리지 않았다.


그럼 그냥 맛있는 거나 먹든가. 내 식욕이 심드렁하게 제안했다. 코스요리가 나오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가보면 어때? 서울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바에서 칵테일을 마셔본다든가. 흠...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맛도 있을 거고, 새로운 경험도 될 것이었다. 그렇지만 왠지 그런 데서 식사를 하면서도 핸드폰을 들여다보게 될 것 같았다. 먹고 나면 허무할 것 같기도 했다.


호캉스나 여행은 어때. 꽤 끌리는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7월 11일 월요일이라는 날짜는 회사 일정으로 봐도 여행이 불가능한 시기였으며, 여름휴가철이라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숙소 예약도 어려울 것이었다. 호캉스나 여행에는 예산이 좀 빠듯한 것도 사실이었다. 아쉽게 패스.


그럼 뭐, 옷이나 가방, 신발 같은 건? 노노. 더더욱 안 될 말이었다. 나는 피복류 고르는 게 세상 제일 어렵고 귀찮은 사람이니까. 의류매장에서 수많은 옷들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게다가 이제 다이어트도 해야 한단 말이다...! 패스.


내가 이렇게까지 틀에 박힌 삶을 살아왔단 말인가? 돈을 줘도 왜 쓰지를 못하니...! 자괴감에 빠진 채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무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마사지를 받아볼까...?!


마사지숍이라고 하면 드라마에서 재벌집 사모님들이 나란히 엎드려 남의 뒷담화를 한다든가, 뭐 그런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최근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처음으로 마사지 전문가가 단역이 아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래, 뭉칠 대로 뭉쳐서 머리통까지 아파오는 어깨와, 종종 쥐가 나는 부은 다리를 전문가의 손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좋아, 땅땅! 드디어 결정!

100일 기념으로, 굳어진 내 육신에 힐링을 선사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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