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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Jul 10. 2022

98일차 셀프상담

매일 발행 98일차

현재 시각 오전 6시 43분이다. 98일차 글을 아직도 안 쓰고 지금 뭐하는 중인지?


미쳤다. 우영우에 빠지고 박은빈에 빠져서 밤이 새도록 온갖 리뷰글과 사진캡처 등등을 휩쓸고 다녔다. 큰일이다. 겨우 4회밖에 안 한 드라마에 벌써부터 빠지면 현생 망하는 건데...


그래서 지금 심경은 어떤가?


글쎄... 그동안의 고생이 다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그렇게 고생했는데도 나는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고 원점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100일 동안 긴 실험을 했는데 결국 나는 이거밖에 안 되고 여기가 내 한계라는 결과가 나온 듯한 느낌. 여기가 끝일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 나는 영영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자괴감. 나는 평생 이러고 살 것 같은 불길한 예감.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닌가? 잠 좀 자고 정신을 차려봐라.


이제는 잠도 안 온다.ㅋ


생각을 해봐라. 과연 정말로 그동안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갔을까? 지금까지 98편의 글이 쌓이지 않았나? 여기가 과연 100일 전과 똑같은 원점이라고 할 수 있나? 있는 것과 없는 것, 행동한 것과 행동하지 않은 것은 차원이 다르다. 너와 네 상황이 100일 전에 비해 달라진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달라진 게 사실이라 해도, 그 변화가 여기서 끝이면? 여기서 더 이상은 아무것도 못한다면?


앞으로 살 날이 많은데 여기가 끝일 리가 있나? 사는 동안 뭐라도 더 하긴 할 거 아닌가. 심지어 아직 실험이 끝난 것도 아니다.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스텝을 밟으면 된다. 그 스텝은 좀 덜 힘들고 더 재밌는 쪽으로 선택할 수도 있지 않나. 실험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가설을 세워 다른 실험을 해보면 된다. 일단은 좀 자라.


그러고 보면 내 기분이 이런 이유는 '내가 달라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상황이 달라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또 새로운 현실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쓴 글을 뜯어고치고, 편집을 하고, 책을 만들고 등등의 다음 단계가 막막하고 자신이 없어서. 지금 같은 정신상태로 눈앞의 밀림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돼서.


원래 모험이란 두려운 거니까. 두렵지만 막상 뛰어들면 재미도 있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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