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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Jul 12. 2022

골방에서 나온 100일

매일 발행 100일차

세상에, 이날이 오긴 오는구나.

내가 진짜로 100일 100편을 채우다니!


정말이지 사서 고생의 절정이었다. 이 정도로 과감한 결심을 하고 실제로 지켜낸 일은 지금껏 없었다. 100일 전 어떻게 그런 큰마음을 먹었나 생각해보니 일종의 분노 때문이었던 것 같다. 늘 제자리만 맴도는 내 삶에서 '으아아악' 소리치며 뛰쳐나가고 싶었던 것이다.


의지력도 약하고, 회피와 미루기가 일상이며, 오랫동안 골방에서 혼자만 보는 글을 써온 나에게는 매일 발행이라는 미션이 결코 쉽지 않았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 의심도 많이 했다. 하지만 막상 100편을 쓰고 나니, 쓰지 않았다면 영영 잊히고 말았을 경험과 생각과 상상들을 기록으로 남겨놓은 것이 다행스럽다. 아직은 빈약한 원재료일 뿐 앞으로 많은 가공이 필요하겠지만, 쭉정이라도 일단 수확을 해야 죽을 쑤든 밥을 하든 할 수 있는 거니까.


외부에 공개할 글은 엄청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내 발목을 잡았는데, 이제 약간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음에 안 드는 초고 수준의 글이라도 적당히 고쳐서 눈 딱 감고 공개하는 뻔뻔함이 조금은 생겼다. 예전의 내 습작 과정에는 퇴고·완성 단계가 거의 없었다. 내 생각을 쏟아만 놓을 뿐, 독자를 고려하며 글을 완성하는 훈련을 하지 않았다. 글쓰기에 있어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혼자 쓰는 글과 독자에게 읽히기 위한 글은 완전히 달랐다.


밀린 일기 같은 글들과 오락가락하는 멘탈, 좌충우돌 방황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라이킷을 눌러주고 공감어린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덕분에, 내가 두려워했던 바깥세상이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절대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일단은 좀 쉬고 다음주쯤 돌아올까 한다. 마감 없는 하루가 얼마나 편할지 기대된다. 앞으로는 좀 더 여유롭고 자유롭게,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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