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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Jul 24. 2022

2주간의 근황

매일 발행 100번째 글을 올린 7월 11일 이후로 무려 2주가 지났다. 잠수 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간단한 근황을 적어보려고 한다.


7. 12. 화

브런치 100일 달성 기념으로 무려 백화점 레스토랑에서 부채살스테이크와 양송이수프를 먹었다. 내 돈으로 스테이크를 사 먹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씨네21을 읽으며 우아하게...라기보다는 열심히 칼질을 했다. 고기는 물론 맛있었다. 양송이수프는 크림스프에 양송이 슬라이스 몇 개가 동동 뜬 비주얼을 상상했는데, 양송이를 잔뜩 다져넣어 식감이 살아 있었다. 한 끼 식사에 4만원을 쓰다니 나로서는 엄청난 사치였지만 어쩐지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어른 된 지 20년 지남).


7. 14. 목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을 봤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했던 발달장애인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 이야기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많이 그릴수록 그림 실력이 늘고,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때로는 즐겁지만 때로는 힘들고, 꾸준히 할수록 활동 범위도 넓어진다. 처음으로 삽화 의뢰를 받고 "중요하다, 이거"라고 말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작가로서 새로운 기회를 만나는 순간, 그 설렘과 긴장이 그대로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한겨울 강변에서도 장갑을 낀 채 그림을 그리는 은혜씨, 농담도 잘 던지는 분위기메이커 은혜씨는 강하고 유쾌한 예술가였다.

은혜씨가 작가 활동을 시작한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각자의 개성대로 자기 부스를 꾸미고, 이웃 셀러들과 허물없이 만나며 한 달에 한 번 이웃이 되는 곳. 온 세상에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가 아니더라도, 한 지역에 자리를 잡고 창작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예술가의 삶으로서 충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은혜씨는 리버마켓을 넘어서서 유명 작가가 되었지만...


7. 16. 토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매거진에 발행한 글들을 목록으로 정리하고 '픽션/글쓰기/일상' 세 분야로 분류·인쇄했다. 왼쪽 페이지 원본을 보며 오른쪽 페이지에 고쳐 쓸 수 있도록 스프링제본도 했다. 이제 수정만 하면 되는데 아직 수정방향을 결정하지 못해 미루고 있다...ㅎ


7. 17. 일

오랜만에 '한가한 일요일, 할 일 없는 일요일'을 보냈다. 마감 없는 주말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세상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원고 수정 작업을 해야 했지만 그냥 하루쯤 완전히 놀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카페에서 빵을 먹으며 커피를 마시고, 오랜만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너무 많고 길어서 감을 때마다 부담스럽던 머리를 마침내 자르니 속이 시원했다.


7. 19. 화

클레어 풀리의 [금주 다이어리(복복서가)]를 다 읽었다. 와인 중독에 빠졌던 저자가 금주를 결심하고 금주 블로그를 만들어 1년간 실천한 과정을 담은 책이다. 솔직하고 생생하고 치열하고 유머러스하다. 할 말이 넘쳐서 신나게 술술 풀어가는 듯한 에너지가 있었다. 내 글이 어떤 점에서 재미가 없는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내 글에는 나 이외의 인물과 사건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나 아닌 주변사람에 대해, 내가 겪은 구체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역시 나는 에세이라는 장르에는 안 맞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진다.


7. 23. 토

할 일 없는 주말은 한 번만 보내려고 했는데 어쩐지 이번 주말도 어영부영 놀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또다시 미라클 모닝을 포기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시반 기상 정도로 계속 시도하고 있었는데 10시에 자고도 8시에 일어나기 일쑤인 걸 보니 역시 나는 아침형 인간 체질이 아닌 것 같다-_- 헛된 욕심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또다시 다짐해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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