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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Aug 31. 2022

원고 수정, 질문으로 시작하기

원고 수정을 미뤄둔 지 두 달 만에 드디어 실마리를 잡았다. 책 한 권 분량의 초고를 쌓아놓고 무작정 고치려고 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안 나는 게 당연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렇다면 첫 단계에서는 딱 하나의 질문만 가지고 쭉 훑어보면 어떨까? 문득 떠오른 첫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이 글은 할 말을 다 한 글인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생각나는 내용을 여백도 없이 다 쏟아놔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매일 발행 100일을 하면서 시간에 쫓겨 피곤에 쫓겨, 할 말이 더 있음에도 타협하고 넘어간 글들이 많았다. 설정이나 발단에서 끝내버렸거나, 상황 변화가 갑작스럽거나, 필요한 묘사가 빠졌거나 등등. 원고를 읽어나가면서 이런 부분들만 찾아보는 거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데도 끼어 있는 군더더기는 시원하게 지우면 된다. 세세한 다른 결점들은 일단 넘어가고 큰그림만 보기로 한다.


낡은 집을 고치는 일과 비슷하다. 다 쓰러진 폐가를 멋진 주택으로 리모델링한다고 치자. 이때 무작정 방 하나씩 완벽하게 고쳐 나가지 않는다. 화장실을 고치고, 방을 고치고, 부엌을 고치고, 거실을 고쳐서 짠!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새 집에 어떤 공간들이 필요한지 설계하고, 낡은 벽과 문짝을 싹 철거하고, 새 벽을 세우고, 단열시공을 하고, 창틀을 설치하고...


이 생각을 왜 이제서야 했는지 모르겠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되리란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첫걸음은 뗄 수 있을 듯하다.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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