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잠결에 무심코 스마트폰 알람을 확인하니 브런치 알림이 몇 개나 쌓여 있었다. '세상에 가방이 이렇게 많은데'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2000을 돌파했습니다! 4000을, 5000을...! 여전히 잠결에 생각했다. '어이쿠... 말로만 듣던 다음 메인에 드디어 올라갔나보군 ㅋ'
무려 2015년에 브런치를 시작한 초창기 회원이지만 조회수 1만이 넘어본 적은 5년 전에 딱 한 번뿐이었다. 100일간 매일 글을 올리던 시기에도 조회수는 늘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아니, 솔직히 한자릿수일 때는 좀 신경이 쓰였다). 다음 메인 같은 건 남의 얘기겠거니 했다. 가끔 '이 많은 글 중에 한 편쯤은 올라갈 법도 한데'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한순간이었다. 그렇게 긴 세월을 보내고 나니 막상 조회수가 급증해도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아침이 되자 본격적으로 모바일 다음에 접속해 내 글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브런치 글은 첫화면 아래 '브런치' 메뉴에만 올라오는 줄 알고 몇 번을 새로고침했지만 허사였다. 한참 후에야 다른 상단카테고리들을 클릭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과연 '가방 고르기가 어렵다'는 글이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갔을까? 쇼핑? 없다. 머니? 없다. 홈&쿠킹? 물론 없다. 심지어 유머글로 분류됐나 하고 펀&웹툰까지 스크롤해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서... 설마... '스타일'이냐...... 아닐 거야... 그럴 리가......
따학!!! 진짜로 스타일 카테고리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만큼 스타일과 거리가 먼 사람도 드물 텐데, 김혜수와 블랙핑크와 채정안과 산다라박 등등 화려한 셀럽들 사이에 내 글이 끼어 있다니 으아아아아악......!!! 너무 어색해서 어쩔 줄 몰랐다. 이 페이지에서 이 제목을 클릭한 2만여 명의 독자들은 무슨 내용을 기대했을까? 최소 다섯 가지 이상의 최신 트렌드 가방 리스트를 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오버하지 말자. 내 글 또한 인터넷세상에 범람하는 수많은 게시물 중 하나일 뿐이다. 그 2만 명 중에 몇 명이라도 재밌게 읽었다면 기쁜 일이고, 설령 대다수가 '뭐야 이게' 하며 뒤로가기를 눌렀다고 해도 그 즉시 잊고 말았을 사소한 일이다...라고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애초부터 '많은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듯하다. 전업작가가 되려면 수만 명의 독자가 내 책을 사서 읽어야 할 텐데, 언젠가는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갈 길이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