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 연휴 마지막 날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간 <가정생활>에서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어린이와 아버님, 선생님을 각 한 분씩 모셨는데요. 사실은 지난 목요일이 원고 마감이었죠. 아무래도 이번 인터뷰를 끝으로 잘릴 것 같네요.
공선생: 무슨 잡지사가 연휴 때 마감을 해요? 개념없이.
박기자: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차피 잘릴 거 그 말씀도 꼭 기사에 넣을게요. 그럼 한 분씩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린이부터 해볼까요?
초롱: 00초등학교 4학년 7반 한초롱입니다.
공선생: 중학교에서 출산휴가 대체교사로 수학을 가르치는 공시중입니다.
이노인: 아들 셋에 딸 둘 있는 이득철이요.
박기자: 네, 반갑습니다. 어르신은 자제분이 다섯이나 되네요. 이번 어버이날 많이 북적거렸겠어요.
이노인: 북적은 무슨, 전화나 몇 통 오고 말더만. 다들 먹고살기 바쁘지, 자식새끼들은 놀러 가자고 조르지, 여길 어떻게 와. 막내 하나는 같이 사는데 어젯저녁에 거 뭐, 꽃 한 송이 사갖고 왔더구만. 그놈이 큰일이여, 나이 서른이 넘어서 취직도 못 하고 장가도 못 가고, 허 참.
박기자: 요샌 많이들 그렇죠. 공 선생님은요?
공선생: 저는 공무원시험 준비 중이라 부모님 뵈러도 못 갔네요. 지금도 독서실에서 오는 길입니다.
이노인: 아따 착실하네. 거 열심히 하쇼 응? 효도가 별건가, 붙으면 효도지. 우리 막내놈한테도 공무원 하라고 그렇게 말을 하는데 들어처먹질 않으니까.
박기자: 선생님인데 공시를 준비하세요? 임용고사가 아니라?
공선생: 선생 노릇 아무나 못 하겠더라고요. 이번 기간제만 끝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칠 생각입니다.
초롱: 우리 아빤 선생이 최고라던데요? 공부 잘해서 나중에 꼭 교대 가라고.
공선생: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초롱: 아아뇨. 난 걸그룹 센터 될 건데요?
박기자: 가수가 꿈인 친구군요. 초롱 어린이는 이번 연휴 어떻게 보냈나요?
초롱: 제주도 갔다 왔는데 재미는 없었어요. 난 놀이공원 가고 싶었는데.
공선생: 어휴, 이런 때 놀이공원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시끄럽고 정신없고,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제주도 같은 데서 조용히 쉬는 게 백배 낫지.
초롱: 아저씨가 더 시끄럽거든요?
공선생: 이 녀석이!
초롱: 그리고 제주도도 안 조용하던데. 옆방 사람들이 새벽 두 시까지 술 먹고 떠들어서 잠도 못 잤단 말이에요.
이노인: 그러게 집 떠나면 고생이라니까. 편히 쉴 거면 뭐하러 돈 써가며 거기까지 가? 그냥 집구석에서 짬뽕이나 시켜 먹는 게 제일이지.
박기자: 말씀 들어보니 황금연휴를 특별히 즐겁게 보낸 분은 없는 것 같네요. 이제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쉬움은 없으신지요?
공선생: 우울하죠. 나흘 동안 깔끔하게 공부만 하려고 했는데 집중이 안 돼서……
초롱: 아, 맞다! 내일 일기장 걷는 날인데! 아 씨……
이노인: 나야 뭐, 쉬는 날이 따로 있나? 맨날 똑같지. 테레비나 보고 막걸리나 먹고.
박기자: 뭐 특별한 취미 같은 건 없으세요?
이노인: 자식놈들 걱정이 취미지, 뭐. 막내놈 선자리도 알아보고.
공선생: 선이요? 아직 취업도 못 했다면서요.
이노인: ……
박기자: ……
초롱: 이거 언제 끝나요? 나 졸린데.
공선생: 아이쿠 이런, 어린이가 힘들어하네요. 이제 그만 마치죠. 저도 내일 출근해야 되고.
박기자: 네? 벌써요? 준비한 질문이 잔뜩 남았는데……
공선생: 남긴 뭐가 남아요. 할 말 없는 거 뻔히 보이는구만.
이노인: 더 얘기할 거면 애만 보내고 술이라도 좀 사든가.
박기자: 아, 아닙니다. 피곤하실 텐데 이만 마무리하죠. 그럼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선생: 꼭 공시 붙어서 내년 어버이날엔 당당히 집에 내려갔으면 좋겠네요.
이노인: 영철아 이놈아, 올해는 꼭 취직도 하고 장가도 가야 한다, 응?
초롱: 6월 연휴 땐 제주도 같은 데 말고 놀이동산 갔으면 좋겠어요.
박기자: 네, 그러고 보니 6월 초에도 연휴가 있군요. <가정생활> 독자 여러분도 그날을 기다리며 힘찬 한 달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