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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사업’의 경계선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25. 8. 18.~8. 24.

by 이제

25-8-18

0823. (10주 워크숍이 끝나서) 오랜만에 월욜저녁 스케줄이 없네. 편하면서도 약간 허전...? 다음 작업은 바로 책을 쓰기보다는 일기 정도만 쌓아가면서 일단 이 책을 팔고, 북페어 같은 이벤트 소화하면서 리프레시를 하자.


1256. 근데 원고를 안 쓰면 7시간 동안* 앉아서 뭘 하지...?-_-ㅋㅋㅋ 아크릴물감을 꺼내서 본격 그림작업을 시도해볼까? 초단편소설을 쓰거나 짧은 에세이를 슬슬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그러게 내가 뭐 할 일이 없어서 걱정이냐 많아서 문제지ㅋㅋㅋ

* 7시간: 매일 책상 앞에서 이것저것 끄적대는 ‘빈 책상 시간’을 의미. 눕기·독서·쇼핑·인터넷 금지, 그밖에는 뭐든 자유. 자세한 사항은 『적당히 살고 싶어서』 154쪽, 165~167쪽 참고)


1317. (인쇄소에서 오늘 책 포장하고 내일 배송한다고 연락 옴) 헐... 오늘 랩핑한다고?! 본문인쇄도 잘 됐다며... 으아아악 어떡해ㅋㅋㅋㅋㅋㅠㅠㅠㅋㅋㅋ 내일 책이 도착한다니... 덜덜덜...ㅠㅠㅋㅋㅋㅋㅋ

1511. 휴... 랩핑 밀려서 목욜에 온댄다... 왠지 발등에 불떨어졌다가 약간 안도한 느낌...?ㅋㅋㅋ



25-8-21

0833. 아악... 대망의 책 나오는 날이구나...!


1108. 농협에서 체크카드&공인인증서 발급받음. 인터넷뱅킹은 이체수수료가 나오니까 이체는 스마트폰 앱으로 하란다. 인증서는 전자세금용으로 받음.


1223. 책 언제쯤 올까... 스토리지북앤필름 영업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을까...!(지난 워크숍 최종목표가 스토리지북앤필름 입고였음) 7시까지니까 가능할지도? 아아 책 실물 어떨까...ㅠㅠ 바코드는 찍히겠지??ㅠ 그만 걱정하자 진짜-_- 나자신과 업체를 좀 믿어볼 순 없는 거니? 어련히 알아서 했겄지... 그리고 허술한 게 독립출판의 매력이라며ㅋㅋㅋㅋ 삽질해도 그게 경험이 되고 글감이 된다며ㅋㅋㅋㅋㅋㅋㅋ


대체 뭐가 이렇게 걱정인 거지?? 사실 따지고 보면 걱정할 필요 1도 없지 않나...? 인쇄에 목돈이 든 건 맞지만 내가 뭐 수억 들여 치킨집 차린 것도 아니고 200만원이면 딱 베트남 보름여행 다녀온 금액이잖아? 오직 ‘경험’만을 위해서 쓸 수도 있는 돈이라고. 그래, 이것은 전혀 큰일이 아니다. 솔직히 내가 대체 구체적으로 뭘 걱정하는 건지도 딱히 꼬집어 말할 수가 없다. 예상치 못했던 치명적 실수를 발견할까봐? 바코드가 제대로 안 찍힐까봐? 표지 색깔이 어두울까봐? 헛웃음 나올 만큼 안 팔릴까봐? 지인들이 겉으로는 애써 대단하다고 말해주지만 속으로는 별로라고 생각할까봐? 끄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진짜 뭐가 문제냐...


오후 2시경 책 받음. 표지도 괜찮고 바코드도 잘 찍히고 치명적인 실수도 아직까진 안 보임. 본문 먹색이 미묘하게 흐린가 싶었지만 이 정도면 선방한 느낌.


바로 책 싸들고 나가서 스토리지북앤필름 방문입고. 땡볕이었지만 뿌듯한 해방촌 나들이. 오랜만에 책방 구경도 하고 책도 삼. 처음 가본 로터리점 옆에는 신기한 경사로 엘리베이터가 있었음. 거의 놀이기구 타는 기분. 첫 입고 기념으로 동대문 가서 조각케이크 하나 먹어줌.


0026. 내 책에 자부심을 갖자. 내가 자신없어하면, 좋게 보려던 사람들도 멈칫하며 의심하게 된다. 철판 깔고 “예쁘죠? 재밌죠? 뿌듯~” 이래야 한다.



25-8-22

부모님께 책을 드리려고 본가에 갔다. 아빠가 ‘제1호 단행본 자서전 출간 축하’라며 무려 축하케이크를 사주셨다...! 자서전은 아니지만... 감사......(^/////^)ㅋㅋㅋㅋㅋㅋㅋ



25-8-23

명색이 출판사 대표로서 양심이 있다면 최소한의 홍보는 해야 할 것 같아, 죽어가던 인스타 계정을 출판사 계정으로 바꿨다. SNS 너무 어렵고 어색하지만 가끔 게시물을 올리고 있음. 최근 책방 스토리에 내 책이 팔렸다는 인증샷이 올라온 뒤부터 수시로 스토리를 확인하다 문득 아차 싶음. 이게 바로 인스타 중독으로 가는 길이었구나...! 이건 아니다. 자중하자.


방문입고도 할 겸 강의도 들을 겸 이후북스 나들이. 서귤 작가 강의는 예전에도 들어봤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소설창작 중심인 듯해서 신청함. 언제나처럼 맨 뒤 구석자리에 앉아 조용히 듣고 가려고 했는데 뜻밖의 자기소개 타임... 그것도 맨 뒤 구석에 앉은 분(=나)부터 시작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 수가......


오래전 독립출판물 <책 낸 자>로 좋아하게 된 서귤 작가는 어느새 장르소설로 영상화 판권까지 계약하는 프로페셔널이 되어 있었음. 부럽다.ㅋㅋㅋㅋㅋ 잘 아는 소재로 시작하기, 관심 소재와 장르적 요소를 결합해보기, 뾰족한 포인트(로그라인) 만들기, 에세이 독자는 소설 독자에 비해 포용적인 편, 내가 쓸 때 재밌어야 악평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등등 유익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음. 다시 픽션을 써보고 싶다는 의욕이 마구 샘솟음. 방금 에세이 책 만들어서 입고해놓고 벌써 딴 데를 보고 있다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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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토리지북앤필름 로터리점 옆 경사로 승강기 / 2. 축하 케이크...ㅋㅋㅋ / 3. 이후북스에서 산 책들



25-8-24

0816. 대형서점에 입점할지 말지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뭔가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판로를 넓히는 게 맞다고 하겠지만, 상당히 마음에 걸리는 문제들이 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대형서점 입점 시 아침마다 주문장을 확인하고 물류사에 발주를 넣어야 한다는 것. 매일 아침을 내 책 얼마나 팔렸나 확인하며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적어도 오후 4시 이전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그 다음 문제는, 아무래도 내 책 받아준 독립책방들에서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것. 대형서점에 들어가면 지인들에게 쉽게 “교보에서 사”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럼 다들 대형서점에서만 사게? 대형서점의 기성출판물과 경쟁할 생각으로 만든 책도 아닌 만큼, 애매하게 양다리 걸치느니 차라리 독립출판 쪽에서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물론 눈에 띌 거란 보장은 없지만ㅋ).


그 다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독립책방에서 내 책을 다 팔 수 있을까 하는 것. 보통 독립책방 입점은 여러 책방에 입고문의 메일을 보내고, 그중 입고를 수락해주는 책방에 5권 정도를 보내는 방식인데, 입고를 받아주는 책방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물론 많은 책방들이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한두 곳에만 입점해도 전국 어디서나 내 책을 구매할 수는 있긴 하다.


여기서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독립출판은 수익이나 상업성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유로운 창작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와 매력을 찾는 편이 낫고, 그래야 이 작업이 더 재밌어진다는 것. ‘창작’이 아닌 ‘사업’에 발을 들이는 순간, 타인과 시장의 눈치를 보며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나에게 출판이 단지 사업이었다면 감히 내 그림으로 표지를 만들 수 있었을까? 전문가에게 외주를 주든지, 심플한 사진을 활용해 더 무난한 표지를 만들지 않았을까?


예로부터 창작은 항상 돈 안 되는 일이었다. 문예지에 단편소설을 싣는 작가나, 순수미술을 하는 화가, 소극장 무대에 서는 연극배우들도 웬만한 유명인이 아닌 이상 작품활동만으로 먹고살기는 어렵다고들 한다. 작품을 기반으로 강의나 외주 작업을 하든지, 아예 다른 생업을 갖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그 생업이 내 에너지를 몽땅 잡아먹어 창작을 못 하게 만든다면 그 또한 답은 아닐 거다. 역시 나의 진로탐색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되어야 할 듯하다.


1408. 와우... 카페에 사람 겁나 많네... 그래 많아야지... 그래야 안 없어지지(작업할 때 애용하는 카페임). 초고를 인쇄해 여기서 쭉 읽어본 게 6월 12일. 책을 완성해 몇 군데 입고된 오늘은 8월 24일. 그러니까 73일이 지났군... 그동안 한 일: 원고 완성. 수정. 워크숍 발표 3번. 디자인. 가제본. 출판사등록. 사업자등록. 인쇄. 입고문의. 입고. 북페어 신청.


나처럼 이것저것 하고픈 게 많은 사람에게는 글쓰기와 책 만들기가 썩 괜찮은 직업인지도.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은 욕구를 다양한 책을 만듦으로써 충족할 수 있고, 모든 경험과 공상이 글감이 되니까.


1659. ([당신을 기억할 무언가]를 읽다가) 강민선, 맨 처음에는 ‘사서가 독립출판을 하네’라는 게 관심의 포인트였는데 점점 이 작가의 글 자체가 좋아지고 있음.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감정이 풍부한데 너무 감상에 빠져들기보다는 뭔가 산뜻한 느낌? 독립출판을 오래 지속한 사람의 생활과 생각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고.


1745. 와, 갓난애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귀여워...! 하지만 쳐다보면 눈치 주는 것처럼 보이겠지? 그냥 귀여울 뿐인데... 오구구... 왜우니...


1959. 내가 막 자기계발서 식으로 아날로그를 주장한다기보다는, 아날로그에 스스로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아는 정보를 좀 알려주거나 의욕을 북돋는 정도는 할 수도 있지 않나? ‘이런 것도 재밌는데 한번 해볼래요?’라는 권유 정도?


2021. [안녕이라 그랬어](김애란) 읽다가 ‘감색 꽃가루’라는 표현을 보고 감색은 남색 아니었나 싶어서 사전을 찾아봤더니, 감:색(감色)은 붉은색, 감색(紺色)은 검은빛 띤 남색이랜다. 색깔 이름이 동음이의어라니... 그럼 그냥 문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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