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활 전체가 엉망진창인 느낌이다. 정리정돈이 필요한 영역들을 하나하나 짚어봐야겠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문제 파악이니까.
1. 장편으로 쓰고픈 주제가 많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장기여행지로 통영, 태국, 터키 중 한 곳을 택해야 하는 사람처럼. 역시 이럴 땐 ‘무엇을 고를까요 알아맞혀보십시오 딩동댕 척척박사님 오징어박사님 도레미파솔라시도시라솔파미레도’가 답일까?
2. 읽다 만 책이 사방에 널려 있다. 세상에 이보다 찝찝한 일이 또 있을까. 타자의 추방(한병철),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사회학적 상상력(라이트 밀즈), 한중록(혜경궁 홍씨), 눈 이야기(조르주 바타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애거서 크리스티), 교단X(나카무라 후미노리)…… 아무래도 스마트폰의 영향이 큰 듯해 하루 22시간 동안 인터넷을 잠가 놓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어플 추천: ‘넌 얼마나 쓰니’)
3. 널린 건 읽다 만 책뿐만이 아니다. 먼지와 머리카락, 2달치 영수증, 안 입는 옷, 양배추즙, 데스크탑 본체 위에 쌓은 책탑, 독립출판 마켓에 챙겨 갔던 가방, 잡지 재고, 각종 팸플릿, 주간지, 문구류, 약봉지 등등이 방 안을 점령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봄맞이 대청소를 결심하고 퇴근길에 50리터 쓰레기봉지를 샀다.
4. 각종 신체부위들이 앞 다퉈 자기주장을 하고 있다. 허리의 소중함, 피부의 소중함, 위장의 소중함, 치아의 소중함 등을 생생한 체험 퍼레이드로 깨닫는 나날이다. 위염으로 굶은 게 엊그제 같은데 이번엔 사랑니를 뽑아서 유동식 신세다. 믹서로 갈아서라도 죽과 주스가 아닌 음식을 먹고 싶다. 치킨을 갈면 '씹은 치킨' 맛일까? 은근히 궁금한데?
진단컨대 일단은 쓰레기부터 버리는 게 급선무 같다. 오랜만에 한가한 이번 주말, 새사람으로 거듭나 보리라. (과연……)
17. 0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