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3
1년에 한 번뿐인 생일날, 퇴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무래도 생일보단 토요일이 더 좋은 것 같다고.
그나마 이번엔 목요일이었기에 망정이지, 생일이 월요일이면 얼마나 우울할까! 생일보다 좋은 날이 1년에 쉰두 번이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해야 할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있다. 오랜만에 발견한 대범한 소설이다. 개연성따위 개나준 막나가는 스토리와 허를 찌르는 유머, 넘나 내 스타일인 것. 옛날에 제목만 들었을 때는 왠지 ‘꿈 많고 순수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별들 사이를 한가로이 여행하는’ 뭐 그런 내용인 줄 알았는데.
(사족: 여기서 ‘개연성따위 개나준 막나가는’의 띄어쓰기를 한참 고민했다. ‘개연성 따위 개나 준 막 나가는’이 맞겠지만 그러면 어쩐지 맛이 안 사는 느낌이랄까)
이번 생일날은 방구석에 얌전히 앉아서 질병과 노화에 대한 구질구질 유치찬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쓰다가 자정을 넘겼다. 그렇지만 뭐가 됐든 ‘쓰다보니 어느새 이 시간이 됐네?’라는 건 멋진 기분이고, 솔직히 말하면 흔한 일도 아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이번 생일은 꽤 괜찮았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