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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Aug 23. 2017

아무리 멀리 가도 여전히 지구

17. 8.12~21

8.12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다 읽었다. 가장 흥미롭고도 공감 갔던 점은, 아무리 멀리 가도 결코 지구를 떠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수백억 광년 떨어진 다른 세계로 가도 주인공들은 매번 지구에 도착하고 인간과 마주쳤다. 나도 그런 유형(?)의 작가(?)인 것 같다. 내 방식대로 '멀리 가는'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지금보다 좀 더 뻔뻔해질 것.


※ 책 속에서 제일 마음에 든 문장: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8.18

씨네큐브에서 영화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이 조심스레 다가와 웬 종이를 내밀었다. 뜻밖에도 독립영화 <재꽃> 팸플릿이었다. 이 영화를 만든 박석영 감독 어머니라며, 내일이 마지막 상영 날이니 꼭 보러 오라는 것이었다.


팸플릿의 ‘감독의 말’과 추천사 등을 찬찬히 짚어가며 설명하고는, 상영일정을 인쇄한 A4용지까지 건네주고 가신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팸플릿을 나눠주셨다. 낯선 사람을 붙잡고 자식의 영화를 홍보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8.21

지난 한 주 동안 내 주인공과 확실히 좀 친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하면 찐따같아 보이나? 사람이랑 친해질 생각따윈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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