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히스토리
지난 토요일 모임에 선택한 식당이 예전과 달라져서 당황했었다. 맛도, 서비스도 기대에 못 미쳤고 이미 마음은 조금 상해 있었다. 그런 상태로 식탁에 앉아 있던 중, 유난히 싱싱해 보이는 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원래 굴을 먹고 장염에 자주 걸리는 편이다. 그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결국 딱 한 점을 집어 들었다. '한 점 정도는 괜찮겠지.' 그 순간의 판단은 늘 그렇듯, 가볍고 짧았다.
화요일 오후부터 몸이 먼저 반응했다. 머리가 지끈거렸고, 근육통이 서서히 올라왔다. 단순 감기일 거라 생각했다. 약국에 있는 부루펜 400mg 한 알과 갈근탕 액상제를 마셨다. 저녁 무렵에는 상태가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그래서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그때는 그냥 지나쳤다. 밤이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배가 아프기 시작했고, 장염 증상이 분명해졌다. 그제야 굴 한 점이 떠올랐다. 항상 그렇다. 몸은 즉각 반응했는데, 생각은 늘 한 박자 늦다.
수요일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쉬는 날이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쉬는 날이라 해도 평소의 리듬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 아침 약국에 들러 책을 읽고, 오전에는 필라테스를 한다. 운동을 마치고 나면 약국근무대신 도서관으로 향한다. 오후 햇살이 난방의 온기와 겹쳐지는 도서관은, 내게 언제나 과하지 않은 안정감을 준다. 그날도 그렇게 보내고 싶었다. 몸이 허락한다면. 하지만 몸은 쉬라고 했다.
밤새 화장실을 대여섯 번 오갔다. 공복이 견디기 어려워 국에 햇반을 말아 먹었다. 된장국은 평소보다 짜게 느껴졌지만, 속이 비어 있는 몸에는 그마저도 위로처럼 다가왔다.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움직이기로 했다. 점심 무렵, 어머니 집에 갔다. 아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오라는 연락 때문이었다. 나는 배가 아파 숟가락을 들지 못했고, 아들은 아침도 먹지 못한 상태라 혼자서 맛있게 먹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괜히 미안해졌다. 아픈 건 내 몸인데, 일상의 리듬은 나 혼자만 빠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배는 계속 고팠다. 하지만 먹기만 하면 바로 신호가 왔다. 선택지는 하나였다. 강제로 금식하는 것. 오후가 되면 나아질 거라 기대했지만, 속은 계속 뒤틀리듯 아팠다. 결국 근처 내과를 찾았다. 진료 마감 시간에 가까워 도착했고, 용량이 작은 수액 한 대를 맞고 나왔다. 그날의 가장 큰 일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굴 한 점이 이렇게 큰일을 만들 줄은 몰랐다. 하지만 더 크게 남은 건 아픔이 아니었다. 평소 아프지 않게 지내는 시간이 얼마나 쉽게 지나가고 있었는지, 그 당연함을 얼마나 가볍게 여겼는지에 대한 자각이었다. 몸이 멀쩡한 날들은 기록되지 않는다. 아픈 날에야 비로소, 건강이 얼마나 조용히 우리를 떠받치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우리 몸은 늘 솔직하다. 우리가 먹은 것, 선택한 것, 무시한 신호들에 정확하게 반응한다. 문제는 몸이 아니라 늘 우리의 태도다. 괜찮겠지 하고 넘기는 습관, 한 번쯤은 괜찮다는 자기 합리화, 바쁘다는 이유로 몸의 말을 미뤄두는 선택들. 이번 일로 아무거나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그리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조금 더 믿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건강은 특별한 노력이 아니라, 사소한 선택들의 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