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딸에게서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작은 선물 상자 안에 쿠키 여섯 개가 가지런히 담겨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유명한 가게에서 샀다고 했습니다.
과외를 하며 용돈을 번다지만, 아직은 받는 것이 더 익숙한 나이일 텐데 그 안에서 부모를 먼저 떠올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쿠키의 맛보다 그 마음이 더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딸은 요즘도 자주 전화를 합니다. 어느 날은 나에게, 어느 날은 아내에게. 팔순 노모이신 어머니는 매일 소현이 전화를 받는다고 하며 저에게 웃으며 이야기를 전해주십니다.
전화의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매일 하는 통화가 뭐 그리 특별할 것이 있을까요? 오늘 뭐 했는지, 밥은 먹었는지, 지금 어디인지. 짧고 가벼운 이야기들로 시작해 때로는 30분 넘길 때도 있지만 짧게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 서울로 보냈을 때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낯선 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닐까, 학교생활은 괜찮을까. 보내놓고도 마음이 따라 올라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생각보다 잘 살아간다는 것을.
특별한 일 없지만, 그저 생각나서 전화하는 딸의 전화가 항상 반갑고 고맙게 느껴집니다. 누군가에게 용건 없이 전화를 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사람과 이어져 있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내용 없는 전화, 의미 없어 보이는 짧은 말들. 하지만 그런 말들이 오히려 마음을 더 또렷하게 전해줍니다. “아빠 뭐해?” 그 한마디 안에, 말로 다 하지 못한 안부와 마음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요즘은 그런 시간이 참 좋습니다.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가 아니라, 그저 서로의 하루 한 조각을 건네는 시간. 관계를 이어가는 건 거창한 말이 아니라 이렇게 사소하고 반복되는 순간들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전화 한 통 옵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서 더 좋습니다.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