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색소폰을 배우고 있을까

by 시에스타

지난 목요일, 연락이 닿지 않는 직원 생각에 마음이 무거운 채, 영도로 향했다. 예정된 레슨을 미루고 싶었지만, 오히려 이런 날일수록 가야 할 것 같았다. 가만히 있으면 생각만 더 깊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프라노 색소폰은 여전히 어렵다. 아니, 한 주 한 주 더 어렵게 느껴진다. 선생님의 연주는 늘 부드럽고 안정적인데, 내가 따라 불면 전혀 다른 소리가 나온다. 같은 악기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소리를 듣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졌다.


이번 주는 특히 더 그랬다. 음정이 흔들리는 것 같아 피스를 바꿔보기도 하고, 튜너 앱을 켜놓고 계속 맞추는 작업만 반복했다. 정작 곡 연습은 거의 하지 못했다. 레슨 시간에 들어서자마자 이번 주는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먼저 털어놓았다.


그런데 의외의 지점에서 이유가 드러났다. 선생님이 악보를 보더니 몇 군데 음이 잘못 기재되어 있다고 짚어주셨다. 그 순간 허탈함이 밀려왔다. 나는 악보는 틀리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 문제는 늘 내 연주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것 같다. 조금만 더 일찍 확인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선생님은 욕심내지 말고 한 마디씩 천천히 연주해 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마법의 성’을 한 구절씩 맞춰가며 불었다. 빠르게 완성하려 하지 않고, 한 음 한 음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그 순간,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녔던 피아노 학원. 좋아서 가던 날도 있었지만, 가기 싫은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이 옆에서 천천히 손을 잡아주며 알려주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배우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나는 중년의 나이에 색소폰을 배운다. 악기를 다루고,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마음을 다듬는 시간에 가깝다. 생각처럼 소리가 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그럴 때면 잠시 악기를 거치대에 내려놓고, 조용히 숨을 고른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왜 이 악기를 배우고 있을까. 사람들 앞에서 돋보이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그저 나 스스로 만족하고 싶어서일까. 교회에서는 예배를 위한 연주라고 말하기도 한다.


정확한 답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있다. 좋은 연주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다는 것. 과하지 않으면서도, 날카롭지 않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감정을 흔든다. 어떤 소리는 이유 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어떤 소리는 오래 눌러두었던 감정을 건드린다.


음악은 생각보다 깊이 사람 안으로 들어온다. 어쩌면 나는 그런 소리를 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무겁게 만들고, 잠시라도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소리. 그 파도 위에 나도 조용히 올라타 보고 싶은 마음. 그래서 오늘도 다시 악기를 든다. 완벽하지 않은 소리라도, 그 안에 담긴 마음만큼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를 바라면서.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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