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색소폰은 유난히 고음에서 빛나는 악기입니다. 부드럽게 올라가는 그 음을 제대로 내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음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힘을 주기 시작하면 소리는 금세 거칠어집니다. 숨을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짜내는 순간, 소리는 곧바로 티를 냅니다. 귀에 닿는 감촉이 불편해지고, 연주하는 사람조차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오히려 힘을 빼고 깊게 호흡한 뒤, 얇고 빠르게 숨을 불어 넣을 때 비로소 소프라노 특유의 맑은 고음이 만들어집니다. 그 섬세한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이, 제가 이 악기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연습을 이어가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생겼습니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통증이 찾아온 것입니다. 소프라노 색소폰은 작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 무게를 한 손가락으로 지탱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연습할 때만 느껴지던 통증이 어느 순간부터는 일상 속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엄지에서 시작된 묵직한 통증이 팔로 번지고, 가끔은 쥐가 나듯 저릿해집니다. 레슨 시간에 선생님은 조용히 자세를 교정해 줍니다. 목줄에 무게를 맡기고, 엄지손가락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살짝 밀어주는 정도로 사용하라는 말과 함께. 악기를 붙잡고 있다는 생각에서 악기를 ‘맡긴다’는 감각으로 바꾸는 일. 작은 차이 같지만, 연주를 대하는 태도까지 함께 바꾸는 조언이었습니다.
색소폰은 참 묘한 악기입니다. 트로트에도 잘 어울리지만, 발라드나 팝, 찬송가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자연스럽게 품어냅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요란하지 않고, 은은하게 멜로디가 흘러가는 곡들을 좋아합니다. 소리를 과하게 꾸미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마음에 닿는 음악들입니다.
어제 레슨 시간에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연습해 보고 싶은 곡이 있냐고. 잠시 망설이다가 ‘마법의 성’을 떠올렸습니다. 가요이지만 가요 같지 않은, 오래전부터 마음 한쪽에 남아 있던 곡입니다. 아직은 고음이 안정되지 않고, 음정도 흔들리는 부분이 많지만 그 곡이 이번 과제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이 직접 연주한 녹음 파일을 받았습니다. 집에 도착한 뒤 몇 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릅니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깊게 숨의 농도를 바꾸며 흐르는 소리. 과하지 않은 애드립과 부드럽게 이어지는 음색이 마치 귀를 감싸안는 듯했습니다. ‘정답을 보여줄 테니, 한 번 따라 해 보세요.’ 짧은 메시지였지만 그 안에는 충분한 격려가 담겨 있었습니다.
얼마나 비슷하게 따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전혀 다른 소리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음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도, 손가락의 통증을 조절하는 시간도, 좋아하는 곡을 천천히 익혀가는 이 모든 과정이 이미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소리가 서두르지 않을 때 비로소 마음에 닿는다는 걸 이 악기를 통해 배워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