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희정 Feb 08. 2022

길 위에서

저녁을 먹고 아들과 마주 앉아 음악을 들으며 차 한 잔을 마신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엄마, 나도 이제 독립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해보고 싶은 일은 있어요.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그래서 군대에서 모은 돈으로 일러스트 학원도 등록했어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학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하면 학원비랑 생활비랑 나올 거 같아요.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해보다가 그게 아닌 것 같으면 먹고살 수 있는 자격증을 따려고요.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아들과 심란한 마음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중에 딸에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젖었다. 그제 밤에 갑자기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단다. '너 괜찮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꿀꺽 눌렀다. 몇 시간 사이에 갑자기 같이 살던 친구가 영원히 떠났는데 어찌 괜찮을 수가 있겠나. 아직도 이불에 고양이의 털이 있을 텐데, 장난감이며 먹이며 그릇이 그대로 있을 텐데 괜찮을 수가 없다. '응, 응' 그래. 힘들겠다. 응, 응' 하다 전화를 끊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서 독립하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자신 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니까 해 보려고요. 이왕 시작하는 거 독립해서 시작하려고요.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엄마 걱정하는 마음도 잘 알아요. 열심히 해볼게요.


내 마음은 앞에 앉아 심각하게 인생 이야기를 하는 아들보다 훌쩍이며 전화를 끊은 딸에게 쏠린다. 이 밤 딸은 혼자 힘들겠구나. 마음이 자꾸 서울 서대문으로 달려간다.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노래는 끝나고 아들의 말도 끝나고 나는, 나는, 나는. 

작가의 이전글 이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