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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Nov 06. 2022

은발의 친구들

덕수궁 어느 건물 계단에 네 사람이 앉아 사진을 찍고 있다. 손녀뻘 젊은이가 정성껏 사진을 찍어준다.

무릎 여덟 개가 나란히, 여덟 개의 손도 나란하다. 오후의 햇살에 은발이 반짝거리는 네 개의 얼굴도 나란히 카메라를 보고 있다. 나란히 웃는다.


고향  친구들이거나 사춘기 시절 학교를 같이 다녔거나 혹은 청년시절을 같이 보냈으리라. 자주 보던 시절이 지나고 가끔 연락하던 시간도 넘기고 이제는 어쩌다 한 번 만나 안부를  이어가는 사이겠다.


처음 만난 때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십 년 세월을 같이 했으리라. 오래전 그때로부터 작년,  작년에서 올해로 차근차근 이어지고 있다.


저분들이 앞으로 여러 해 더 무탈하게 고궁 나들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을 오후 햇빛의 무게로 은행잎이 뚝뚝 떨어지던 날 어깨를 나란히 나란히 앉은  은발의 동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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