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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Nov 30. 2022

언제나 누구나 마흔

-마흔부터 지적이고 우아하게



나의 마흔 살을 돌아본다. 딸아이의 진로로 전전긍긍하고 살림에 치이고 경제적인 문제로 지친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절이었다. 나를 위해 시간을 쓰지 못했다. 못했다고 보다는 쓰려고 하지 않았다.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 나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 나를 가꾸는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던 때였다.

쉰 하고도 중반을 넘긴 지금 이 책을 만났다. 저자 신미경은 더 나은 일상을 위해 실천과 철학이 담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이 책에는 마흔 살 이후의 더 나은 중년의 삶을 위한 공부 이야기가 들어있다. 십 대나 이십 대처럼 한 가지에 몰두해서 전문적인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관심이 가는 모든 지식에 빠져 보기를 주저하지 않고 배우고자 한다. 심지어 교양으로 코딩까지 독학한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정보를 필요할 때 찾아보고 흘려버리지만 작가는 이것을 공부로 연결시킨다. 금융에 대해 공부하고 영어를 배우고 매일 5분씩 한자를 배운다. 단지 배우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자료를 모으고 기록하는 투자일지를 쓴다. 영어로 칼럼을 작성해 보고 한시를 읊조리는 풍류를 즐기려고 한다.


취향과 기호에 대해서도 단지 즐기는 것이 아니라 배우면서 즐기려고 한다. 차에 대해 알아가면서 후각과 미각을 새로 일깨운다. 박물관에서 마련한 전시를 찾아 교양을 쌓고 그림을 보면서 심미안을 가꾸려고 한다. 마구잡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감상을 적어 기록한다.


책을 쓴 이는 주로 독학을 선호한다. 혼자 하는 공부는 꾸준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계획표를 만들고 기록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만능 노트를 장만해서 기록하고 좋은 글을 필사하고 문장을 수집해둔다. 끊임없이 수집하고 기록하고 실천한다.


수집하고 기록하는 것. 다들 아는 방법이다.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살면서 누구나 자주 들었던 것들이다. 그러나 아는 만큼 실천하지 못하는 산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마흔을 훌쩍 넘긴 나에게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필요하다. 꼭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아는 것 같기도 한 ‘모르는 것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계획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흔 살을 훌쩍 지나서 늦었다고 생각하고 하지 않는다면 오 년이나 십 년 뒤 지금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 그러니 누구나 마흔 살 이후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다가올 인생을 더욱 지적이고 우아하게 살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게 맞다.


나를 다시 마흔 살로 되돌려본다. 거기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마흔 살의 내가 서점에서 골랐던 시집을 다시 읽어야겠다. 오래 닫아둔 시집을 펼쳐 시의 행간에서 나를 걷게 해야겠다.


#마흔부터_지적이고_우아하게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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