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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Nov 16. 2023

헤이, 허니 보이!


'이모가 꿀 좋아할까요?'


출근한 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이모가 꿀을 좋아하냐니 뜬금없다. 왜 물어보느냐고 되묻자 이모 생일이라서 선물을 해드리고 싶단다. 앗차, 언니 생일이었구나. 나도 놓친 내 언니의 생일을 조카인 내 아들 녀석이 챙긴다니 흐뭇하다. 물론 카톡의 상술이 더해진 생일 알람 서비스로 이모 생일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흔히 지인의 생일이 카톡으로 뜨면 작은 선물이라도 하게 되니까. 



이만 원 정도 금액의 선물 중에 '꿀 스틱'이 있는데 이것을 선물하면 어떻겠냐고 엄마인 내게 의견을 묻는다. 너네 이모 집에 꿀 항아리 있을 게 분명하다는 말이 오른손 검지 끝에서 카톡 화면으로 튀어나가려는 것을 얼른 막았다. 대신 이모가 엄청 좋아하시겠다는 답글을 보냈다. 



잠시 후 아들은 이모에게 선물을 보냈다고 내게 카톡을 했다. 나는 귀여운 흰곰돌이가 분홍색 하트를 뿅뿅 날리는 이모티콘을 아들에게 보냈다. 이모가 너의 선물을 받고 엄청 감동하겠다는 말과 함께.



내가 아는 우리 언니는 꿀 스틱 같은 물건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먹기 좋게 소량 포장이긴 하지만 먹을 때마다 포장재인 비닐에 묻어 남는 꿀을 아까워할 것이 분명하다. 비닐로 인해서 환경 오염도 커진다고 혼잣말을 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모가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말은 아들에게는 하지 않았다. 선물하려고 먹은 마음이 행동이 될 수 있게 일단 무조건 잘 했다 칭찬해주었다. ​세상사 모든 일이 반복하여 연습해야 잘 할 수 있다. 선물을 주는 것도 자꾸 해봐야 는다. 선물을 받는 상대방이 어떤 선물을 좋아할까 생각해보는 것은 '선물하기' 다음 순서인 '선물 고르기'이다. 



우리가 숟가락으로 밥을 먹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을 때까지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를 생각해보라. 그 이전에 걸음마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아장 아장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쉼 없이 연습을 했던가. 그리고 그 연습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자주 잘 한다 잘 한다 격려하고 박수쳐 주었나. 


이십 대 초반의 아들이 이제서야 주변 사람들에게, 그것도 친구가 아닌 친적인 이모에게 선물하기의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그러니 무조건 잘 한다 감동해 주는 게 맞다. 칭찬의 힘으로 어미인 내게도 가끔 소소한 선물을 보내줄 수도 있다. 나는 마음에 안 들어도 감격하며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 


조만간 슬쩍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할 때는 여자친구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평소에 잘 살피라는 말을 해줄 것이다. 아마도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 어떤 것이라는 말을 해줄 때보다 귀가 커질 것이 분명하다. 엄마에게 조언을 구해도 괜찮다는 말도 해줄 것이다. 설마 애인 준다고 내 금 목걸이를 탐내지는 않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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