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둣국, 만툭국

만둣국, 만툭국

지금은 대부분 떡집이나 마트에서 만두를 사다 먹는다. 어릴 때는 추석에는 송편을 설에는 만두를 집에서 빚었다. 우리 집 만두는 당면을 넣지 않았다. 오늘 낮에 엄마에게 간 김에 예전에 해 먹던 만두 빚는 법을 물어보았다.

돼지고기는 시장 푸줏간에서 갈아서 사 온다. 예전 정육점에 있던 고기 가는 기계는 위쪽에 있는 나팔처럼 생긴 투입구에 고기를 넣는다. 기계 앞쪽에는 구멍이 여러 개 뚫린 둥그런 판이 있었다.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기계가 윙윙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둥근 판의 작은 구멍에서 갈린 고기가 줄줄이 삐져나왔다. 동그랑땡을 만들 고기는 미리 양파와 고추 같은 야채를 장만해서 가져가면 고기랑 같이 갈아주기도 했다. 만두를 빚을  때는 고기만 갈아왔다.

두부는 흰색 보에 담아 물기를 짰다. 질척하지 않고 포슬거리도록 힘껏 짰다. 김치는 고춧가루가 없게 물에 헹궈 잘게 다져서 넣었다. 우리 집 만두는 당면을 넣지 않는다. 대신 숙주를 삶아 두부처럼 물기를 짜서 넣는다. 엄마는 커다란 스뎅다라이에 두부와 김치와 숙주 그리고 파 마늘 등을 넣고 버무려서 만두 속을 만들었다. 만두가 익었을 때 속이 풀어지지 말라고 달걀도 넣었다. 참기름도 넣어 맛을 맛을 좋게 했다. 만두 속이 속이 맵지는 않지만 김치를 넣어 개운했다.

설날 아침 차례상을 물리고 나면 세배타임이다. 우리 집은 친가 쪽으로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한 분 밖에 없는 고모도 일찍 돌아가셨다. 외가도 비슷했다. 아빠 고향은 충청도인데 일찍 서울살이를 시작했으니 서울에는 친척도 없었다. 그러니 차례가 끝나면 바로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상을 차려 아침을 먹었다.

상을 차릴 때 나는 떡만둣국을 부엌에서 상으로 나르는 일을 도왔다. 요건 꿍꿍이가 있는 짓이었다. 일단 아빠를 드린다. 그리고 엄마 것을 놓는다. 이제부터 떡만둣국이 들어있는 대접을 잘 살펴야 한다.

터진 만두가 들어있는 것은 얼른 다른 형제를 준다. 나는 만두가 하나도 터지지 않고 국물이 깨끗한 것으로 골라 먹었다. 먼저 떡을 골라 먹는다. 떡이 불기 전에 쫄깃쫄깃한 식감을 즐긴다. 그리고는 작은 그릇을 가져다가 만두를 한 알 꺼내 담는다. 숟가락으로 깔끔하게 한 입 크기로 잘라먹었다. 국물이 닿지 않은 만두의 맛을 좋아했다.

그런데 내 옆에 앉은 언니는 나와 다르다. 국물이 출렁거리는 대접 속에서 만두를 풀어헤친다. 으으악. 국물이, 국물이, 변한다. 색이 약간 붉게 변한다. 고춧가루 몇 점도 떠오른다. 뭉개진 두부가 쏟아진다. 다진 고기도 같이. 갸름한 얼굴로 뽀얀 자태를 뽐내던 떡에 고춧가루가 들러붙고 숙주가 엉킨다. 언니는 걸쭉해진 국물을 맛있게 먹는다.

언니는 결혼 후 시뻘건 김치로 맵게 만두를 빚었다. 그게 국물에서 터지면 만둣국 국물은 불그죽죽해진다.  우리 언니는 그렇게 맛이 어우러진 게 좋단다. 나는 으엑이다.

여러분의 선택은?

만두가 알알이 살아있는 만둣국인가, 아니면 만두를 툭 터뜨려먹는 만툭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