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꽃 선물' 어떨까요?

우먼타임스 2022.03.06

by 최희정

얼마 전에 딸의 졸업식에 다녀왔다. 아니 졸업사진 촬영에 다녀왔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졸업생 전체가 모여서 하는 졸업식은 없었다. 코로나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순식간에 전염될 수 있다는 변종 오미크론의 빠른 증가로 오히려 작년보다 더욱 싱숭생숭하다.



졸업식은 하지 않는 대신에 원하는 날짜에 맞춰 졸업가운을 빌려주었다. 그 옷을 입고 친구들과 부모님과 모여 교정에서 사진을 찍는 정도만 할 수 있었다. 비록 졸업식은 없었지만, 가슴에 커다란 꽃다발을 안고 환한 얼굴로 사진을 찍는 학생들 모습에 모처럼 교정 여기저기에 활기가 넘쳤다.



꽃다발은 화려하고 다양했다. 한여름에 피는 꽃인 하늘색 수국이 들어있는 꽃다발도 있었다. 연보라와 연분홍이 섞인 세련된 장미도 있고 꽃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꽃잎이 겹겹이 들어찬 함박꽃도 보였다.



내가 기억하는 졸업식 꽃다발은 노랗고 빨간 꽃들을 안개꽃으로 소담하게 감싼 것이다. 그중에서도 노란 프리지어는 졸업식 하면 떠오를 정도로 많이 쓰이고 꼭 들어가던 꽃이었다. 한때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졸업식마다 빠지지 않았다. 졸업이 많은 2월에 가장 많이 보였다.



샛노란 색이 따뜻한 봄날의 햇빛처럼 찬란한 프리지어는 향기도 좋다, 아침에 창 너머로 햇살이 들어오면 꽃을 꽂아둔 방 안 가득 향이 넘실거린다. 꽃이 시들어도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노란색이 더 진해지면서 꽃 모양 그대로 마른다. 꽃을 즐기다가 시들 때가 되면 송이송이 떼어내서 말린 후, 속이 보이는 유리병이나 그릇에 담아두면 꽃이 내게 온 사연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내가 존경하던 분이 힘든 일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근심이 겹쳐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말씀에 마음이 아팠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엉엉 울며 주저앉았을 크기의 일이었다. 그러다가 몸도 상할까 봐 걱정도 되었다. 워낙 삶의 경험이 많아서 깊고 단단하신 분이라 잘 헤쳐나가실 테지만 나는 작은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 인터넷 꽃가게에서 프리지어를 골라 선물로 배달해 드렸다. 눈부신 아침 햇살 같은 노란 프리지어 꽃을 보면서, 따스하게 풍기는 꽃향기를 맡으며 시험처럼 남아있는 걱정과 근심을 졸업하시라는 인사를 함께 보냈다.



며칠 후 나도 갑자기 닥친 어떤 일에 마음이 심하게 부대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충격이 컸다. 서러운 마음에 여러 날 잠을 깊이 자지 못했다. 그때 지인에게서 선물이 왔다. 상자를 열어보니 노란 프리지어다. 꽃을 보며 걱정을 졸업하라는 뜻이 숨어있었다. 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꿀꺽 삼켰다. 걱정과 불면의 사연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를 위로해주는 꽃다발이 고마웠다.



졸업식이 사라져 프리지어 판매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전체적인 꽃 판매량도 줄었다. 작년 이맘때 판매량이 재작년의 절반이었다고 한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마음이 시름겨운 주변 사람에게 꽃을 선물해보자.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한 주문도 여러 가지 방법이 나와 있다. 전화번호만 알아도 선물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이다. 꼭 만나서 주지 않아도 된다. 갑자기 도착한 꽃 선물 메시지는 틀림없이 기쁨이다.



프리지어의 꽃말은 ‘당신의 앞날’이라 한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과 잇닿아 있다. 이제 3월이다. 걱정과 근심을 졸업하고 새롭게 시작하기 좋은 달이다. 요즘 애인 걱정으로 눈이 부은 친구 얼굴이 떠오른다. 그녀에게 노란 프리지어 한 다발을 깜짝 선물로 보내야겠다. 꽃을 보내며 당신의 피부가 사랑으로 꽃처럼 피어나기를 바란다는 농담도 덧붙여야겠다. 농담을 좋아하는 친구니까 틀림없이 즐거워할 것이다.



출처 : 우먼타임스(http://www.women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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