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희정 Apr 05. 2022

봄 여름 가을 겨울

빅뱅의 새 노래

오늘 빅뱅 신곡이 나왔어. 네 생각이 너무 난다. 너와 내가 빅뱅으로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네가 좋아했었잖아. 특히 지디. 하필 노래 제목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서 더 네 생각이 난다. 우리들이 함께 했던 여러 번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이 떠오르는구나. 노래 가사처럼 '아름답던 우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여름날, 짧은 반바지에 맨발에 조리를 신고 있던 너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그때 넌 활기 넘치던 30대였지. 쭉 뻗은 종아리에서 느껴지는 건강함이 나는 좀 부러웠어. 메인 곳 없이 어디든 원하던 곳으로 달려갈 수 있는 젊은 말처럼 보였어.


겨울에도 넌 결코 웅크리지 않았지.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하게 나서서 사진을 보내주었었지. 극성스럽던 우리의 겨울이 떠올라서 갑자기 웃음이 나네. 우리 그때, 추워도 하나도 춥다고 느끼지 않았지. 마음이 뜨거워서 추운 날씨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


언니랑 나랑 같은 말띠라고 좋아하던 모습도 생각난다. 좋아하는 것을 온전하게 뜨겁게 좋아하던 네 표정이랑 목소리 전부 다 생각나. 이렇게 생생하게 네가 기억나는데 넌 없구나.


일본에서 돌아오는 너를 보러 공항에 갔을 때,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힘들어했는데 혹시 그때부터 안 좋았던 걸까? 늦게 발견해서 손써보지도 못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마음이 무너지더라. 너를 보러 간다고 생각하면서 못 가고 있어. 네 생일이 있는 5월에는 꼭 가려고 해.


너에게 내 얘기는 많이 못했지.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는 없네. 보고 싶다. 너의 카페에서 네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면서 내 얘기를 하고 싶은 밤이다. 그런 봄밤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래 걸은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