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서 해 떠오르는 명소, 함안 합강정

탐방일: 2022. 12. 11.

by Hiker 나한영

동강이 남강을 만나 남지철교 쪽으로 흐르는 지점의 창녕 들판을 마주 바라보는 곳에, 좌우 옆으로는 용화산 기슭에 옴폭 싸여 육지 속 섬인 듯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외딴곳에 오직 자연과 하나 된 합강정과 반구정이 있다.


두 누정은 풍광을 시샘이나 하듯 산굽이 하나를 가운데 두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각기 자리하고 있다. 탐방객에겐 일석이조로 선현의 철학과 풍류를 만나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합강정과 반구정 사이의 언덕 벼랑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남지철교 쪽을 바라보는 아침 풍경


1. 합강정合江亭


세상이 찬 겨울 아침 일찍, 낙동강에서 해가 떠오르는 해돋이 명소로 알려진 합강정合江亭에 도착했다.


합강정合江亭은 간송당 조임도에 의해 1633년(인조 11) 건립되었으며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졌다.


주인 간송당 조임도趙任道(1585~1664)는 학행이 뛰어난 선비로 천거돼 공조좌랑이 되었고, 인조·효종 땐 대군의 사부로 부름을 받았으나 사양하고 이곳에 은거해 여생을 보냈다.

은거는 단지 세속을 떠나 숨어 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자신을 찾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이 아직껏 발견하지 못한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으로 떠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돼라"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것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욕구하는 삶이 아니라 지금 그대로를 만족하고 즐기는 삶이기도 하다.

"사람들 속에서 나는 다른 세상을 소망하지만 자연 속에서 나는 있는 그대로도 만족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간송당은 이곳에서 만족한 삶,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을 익히고 저술활동을 하며 부지런히 살았다.


경내로 들어서면 합강정合江亭이 정면에 자리하고 우측 옆으로 상봉정翔鳳亭도 보인다.


요는 무엇에 부지런한가가 다를 뿐이다. 아래에서 얕게 날며 먹이를 찾아 생계에 집착하는 갈매기의 삶인지, 멀리 높게 날며 세상을 품는 조나단 같은 삶인지는 자신의 선택의 문제다.

"생계를 꾸리는 데 인생의 상당 부분을 소모하는 것보다 치명적인 실수는 없다."
-<원칙 없는 삶>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간송당은 합강정 옆에, 젊을 때 살던 집의 이름을 딴 상봉정翔鳳亭을 지었는데 이곳 주련柱聯에 걸린 <합강정> 시가 간송당의 이 같은 심경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一鶴高飛萬仞天 (일학고비만인천) 한 마리 학이 높이 날아 만 길의 하늘에 오르니
江湖勝地好盤旋 (강호승지호반선) 강호의 경승지에 강물 구비 처 도니 좋기도 해라
由來飽食終媒禍 (유래포식종매화) 언제나 포식하면 마침내 화를 불러오나니
莫逐秋鴻近稻田 (모축추홍근도전) 해질녘 가을 기러기야 벼 밭 가까이 가지를 말거라
-<합강정合江亭> 간송당 조임도

자신을 학에 빗대 지금의 자연과 벗한 삶에 만족함을 표현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도 너무 욕심부리며 살지 말 것을 조언하고 있다.


간송당이 젊을 때 살던 집의 이름을 딴 상봉정翔鳳亭 주련柱聯에 자신이 지은 <합강정> 시가 걸려 있다.


간송당은 합강정 안에 자신이 쓴 <합강정 중수기合江亭 重修記> 현판을 걸어놓았는데, 제일 처음 시작하는 글에,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어진 사람은 산을 즐기고 지혜로운 사람을 물을 즐기는데, 인자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산과 물을 반드시 즐긴다. 孔子曰 仁者樂山 知者樂水 仁智者之於山水 必有樂焉亭在 咸州洛東四十里許 龍華山..."


라고 썼다.

용화산의 심심 산속 기슭의 낙동강에 접해 합강정을 지은 연유로서 이곳이 산과 물 둘 다를 즐길 수 있는 명처임을 밝혀놓고 있다.


합강정 옆으론 용화산 서쪽 끝의 제방에서부터 낙동강의 비경을 감상하며 벼랑길을 따라 걸어서 올 수 있는 산책로가 정갈하게 정돈돼 있다.


용화산 서쪽 끝 강변 제방에서 시작해 강가 벼랑길로 낙동강의 비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합강정까지 이어진다


합강정 앞엔 400년 넘은 우람한 은행나무가 합강정의 모든 역사를 품고 서 있다.


합강정 앞마당의 강변가엔 400년 이상 된 은행나무가 합강정의 역사를 품고 서 있다.


합강정 담 안에서 강 쪽을 바라보면 저 멀리 낙동강이 흘러가는 곳으로 남지철교가 보인다. 아침해가 그 위로 떠오르는 장관이 펼쳐져 합강정은 '낙동강 물속에서 해 떠오르는 곳'으로 유명하다.


합강정 경내 담장에서 남지철교가 보이고 아른 아침 낙동강 물속에서 떠오르는 해돋이 명장면을 볼 수 있다.


홀로 사색에 잠겨 옛 선현을 만나고 아침의 신선한 공기 속에서 낙동강의 일출을 마주한다는 것이 너무도 황홀한 순간이다.

이제 산을 또 한구비 돌면 강과 창연 들판을 바라보는 절경이 펼쳐지는 반구정이 기다린다.






◇ 간송당澗松堂 조임도趙任道: 낙동강 상류의 퇴계 이황과 남강 상류의 남명 조식의 양 학파의 융화를 위해 노력한 학자로 꼽힌다. 그는 합강정에서 간송문집 169점, 금라전신록 115점 등 총 322점을 저술했다.(합강정 앞엔 이 322점의 저술을 간행하기 위해 만든 책판을 영구보존과 안전관리를 위해 함안박물관에 보존하고 있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그는 효심이 으뜸이다 하여 백효伯孝라는 칭함도 받았다.


조임도의 생애를 살펴보면 유년에는 임진란과 정유재란 때문에 고향을 떠나 살고 19세 때 고향인 검암리로 돌아와 근지재困知齋를 짓고 시냇가에 두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후 간송澗松이란 자호를 지었다. 그리고 34세 때에는 칠원 현 내내李內에 상봉정翔風亭을 짓고 살았다고 하는데 합강정 내에도 맞배지붕의 상봉정(鳳學)을 지었다. 상봉정 기둥에는 간송당의 시구가 주련으로 걸려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참조)



◇ 합강정: 1633년(인조 11) 건립하여 처음에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곳이라 하여 합강정이라는 편액을 걸었다고 전해진다. 정면 4칸, 측면 2칸의 정자로 1633년(인조 11)에 건립한 기와집인데, 1941년에 중수하였으며 1980년에 대대적으로 보수하였다.(이상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참조) 합강정 우측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의 상봉정翔風亭이 같이 있다.



◇ 합강정 가는 길: 우선 용화산 서쪽 끝자락의 강변 제방까지 차를 이용해 가야 한다. 이곳부터 합강정으로 가는 강변 산책로가 있다. 강 쪽 벼랑을 따라 난 산책로로 낙동강의 비경을 감상하며 자연 속에 파묻혀 걷다 보면 합강정에 도착한다.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고 도보로 30분가량 걸린다. 같은 장소에서 포장길 임도를 이용해 차로 가는 방법도 있다. 현재 합강정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임도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용화산 서쪽 끝 강변 제방에서부터 합강정 가는 산책로가 시작된다. 앞에 보이는 데크 계단을 오른 후 강변 벼랑길을 따라 걷는다. 또는 차로 사진 찍은 쪽의 임도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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