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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ker 한영 Jul 19. 2023

마산봉

나의 동력

우리는 얼마나 수동적인가. 아침에 눈을 뜨면 정해진 수순대로 출근준비를 하고 하루종일 내가 하기 싫어도 부여된 업무를 보고 집에 와 내가 염두하지 않은 주제들을 매시간 쏟아내는 매스미디어에 노출되다 잠이 든다. 이런 하루하루가 계속되면서 우린 속절없이 늙고 세월을 탓한다. "나는 내게 직접적으로 활력을 부여하지 않고 단순히 나를 가르치기만 하는 모든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던 괴테의 마음도 그런 수동적 일상들에 대한 반발이 아니었을까.



내가 걷기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주어진 일상이 아닌 스스로 내 활동을 선택하므로 나 자신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서이다. 내가 추구하는 여행은 안락한 여행이 아니다. 발리의 리조트에 앉아 호화로운 서비스를 받는 여행은 내 활동과 선택을 제어하고 나를 다시 수동적인 자리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난 일본 다이아몬드 트레일 여행 때 그걸 느꼈다.



내 발로 기차를 타고, 일본 시골 마을의 가차역에 내려 시골 가게에 들러 간식을 사고, 관광지가 아닌 시골의 자연마을을 걷고, 산을 오르며 등산로에서 일본인을 만나 얘기하고, 밤엔 관광지의 야경을 보고 유명 거리를 걸으며 관광은 물론 일본의 속살을 경험하는 진짜 여행을 했다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스스로 채웠다. 수동적인 패키지여행보다 열 배는 많은 경험, 배움, 느낌을 가진 여행이었다. 나는 항상 그렇게 여행했다. 몽골도, 멕시코, 대만, 캐나다, 미국, 내가 개척한 나만의 여행이야기를 추억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난 수동적으로 주어진 패키지여행의 지루함과 수박 겉핡기식 이동과 시간의 아까움을 중국 여행에서 너무 뼈저리게 느낀 후 패키지여행을 너무 싫어하게 됐다.



나는 아직 젊고 세상에 보고 느낄 것이 많다. 유럽사람들이 하듯, 우리의 선조들이 했듯, 여행은 노는 것도, 보는 것도 아니다. 내게 새로운 시각을 주고 자아를 발견하고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므로 내게 무한 에너지와 활력, 성장을 선물하는 것이 여행이다.



지난 주말의 마산봉종주도 지금까지 산행에서 경험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막막궁산 속의 지금까지 못 본 가장 신비한 병풍바위에서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태백산맥을 넘는 구름의 모습을 눈앞에서 목도하는 흥분과 함께였다. 천길 낭떠러지로 나를 떨어뜨릴 것 같은 바람을 타고 구름이 육안으로 보기에 시속 100km의 속도로 병풍바위를 넘어 영동지방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로 자연이 위기라고 하지만 적어도 내 눈앞에 펼쳐진 자연은 웅장하고 광대하고 변화무쌍한 조화가 가슴을 끊임없이 쿵쾅거리게 만들고 환호성을 지르다 끝내는 사람의 혼을 뺄 만큼 굉장한 것이었다. 도무지 방향을 분간 못할 빽빽한 숲 속을 걷다 도착한 암봉에서 드러난 그 광활한 자연, 사방을 둘러보아도 첩첩 산에 에워싸인 고립무원의 지경에서 사고무탁을 느꼈던 순간들은 너무도 인상 깊었다. 힘들고 땀 흘리고 불편하고 위험할 수도 있는 고생을 스스로 자초한 만큼 성취감과 만족은 더 컸다.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잘 관리함으로써 그것을 경작 가능한 땅으로 만들어 1년에 세 번 열매를 맺게 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그 숫자는 얼마나 많은지)은 운명의 솟구치는 파도에 휩쓸리거나 시대와 나라가 만들어내는 혼란스러운 물줄기 속으로 말려들어가면서도 늘 그 위에 코르크처럼 까닥거리며 떠있다. 이런 것을 관찰하다 보면, 우리는 결국 인류를 둘로 구분하고 싶은 유혹, 즉 적은 것을 가지고 많은 것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극소수와 많은 것을 가지고 적은 것을 만드는 대다수로 구분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적어도 우린 코르크처럼 편안히 운명에 내맡긴 채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젊고 뜨거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을 위해, 그것이 어떤 것이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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