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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ker 한영 Jan 15. 2021

자연과 스킨십

자연에 가면 그냥 좋다. 수십만 년 자연에서 살았던 유전자가 고향을 보고 반기는 것이다.


유전자를 고향에 데려가 주는 일을 우리는 틈나는 대로 늘상 해야 한다. 우리의 고향은 도시가 아니다. 자연이다.

자연에 가면 그냥 느낀다. 공기, 숲, 하늘, 보이는 모든 것이 좋고, 나는 그 속의 일부가 된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내가 이 멋지고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임을 느낄 때, 아니 자연의 일부로 살아갈 때 나는 자연과 함께 영속할 수 있다.

자연에 가면 눈으로 나무 숲 경치를 보고 피부에 닿는 신선한 공기의 촉감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마주 보고 앉아도 좋고 옆에 나란히 앉아 함께 창밖을 내다봐도 좋다. 자연을 연인으로 생각하면 된다.


보고 느끼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포옹을 하면 따스한 체온, 심장박동, 체취가 전해져 온다.

그래서 제안한다.


자연에 가면 꼭 나무를 안아보자. (한아름 폭 안을 수 있는 나무면 좋다.)

못 느꼈던 세상 편안함이 울렁울렁 온몸으로 번져나간다. 나무가 주는 자연의 기운이다.


그렇게 가만히 나무를 안은채 있다 보면 뿌리에서 잎으로 올라가는 수액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태양에서 땅으로 이어지는 에너지도 느낄 수 있다. 누구보다 내 몸이, 내 유전자가 알아차리고 자연의 기운을 전달받아 리프레쉬된다.

땅의 기운, 하늘의 기운을 나무처럼 고스란히 잘 받아서 온몸으로 표현하는 생명이 또 있을까. 나무는 그렇게 자연의 이치를 온 몸으로 실행하며 지극한 자연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의 에너지를 내 유전자에 넣어주는 것이다.

착각을 해선 안 되는 것이 내가 자연에 주는 것이 아니다. 자연이 내게 주는 것이다. 우리는 탄소배출 등 자연을 망가뜨리는 일만 하고 있을 뿐 얼마나 자연을 지켜왔나.


자연은 나 같은 인간을 낳고 기르는 어머니이기도 하다. 내가 자연에 주는 게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수혜자이다.

그래서 이번엔 자연에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으로 한번 더 안아보자.

자연을 보고 느끼는 것을 넘어 자연과 스킨십을 한다는 것, 그를 통해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다는 것, 그것은 내 몸과 영혼의 무한 설렘이고 감사이며 행복이며 진정한 명상의 문이다.


금강소나무숲길에서 만난 금강송(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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