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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없는 햄버거를 먹는 시대

기후변화가 바꾸는 세상

by Hiker 나한영

다가온 '기후 뉴노멀' 시대


앞으로는 토마토가 없는 햄버거를 먹어야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맥도널드가 내놓은 신제품 ‘치즈할라피뇨 더블쿼터파운더 치즈’ 버거엔 토마토가 없다. 롯데리아는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 버거’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 ‘불고기 포텐 버거’ 등 토마토가 없는 햄버거를 연이어 출시했다. 이유는 토마토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폭염으로 토마토 작황이 좋지 않아 토마토 가격은 전년 대비 60%나 올랐다. 기존의 햄버거에 대한 상식을 깬 토마토가 없는 버거는 이른바 '헤징 메뉴'다. '헤징Hedging'은 위험을 분산하거나, 손실을 줄이기 위한 투자 또는 재정 전략을 뜻하는 경제 용어이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따른 식재료의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즐겨 먹던 음식에도 '헤징 메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는 흔하던 바지락 칼국수를 맛보기 힘들 수도 있다.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 조사 결과 경기도 내 바지락 어획량은 2000년대 초 6천500t에서 지난해 757t으로 8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국으로 봐도 연간 8만 4000t에 달하던 바지락 생산량은 지난해 2만 1500t으로 줄어들었다. 원인은 바닷물 온도 상승이다. 바지락이 잘 자라는 수온은 20도 안팎이지만, 지난해 여름 서해는 최고 34도까지 올랐다. 바지락의 씨가 말라 자연번식은 거의 끊겼고, 양식장도 충남지역의 경우 62%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칼국수만 아니라 봉골레 파스타나 술찜 등 바지락이 들어가던 다양한 음식에서도 바지락 없는 헤징 메뉴를 만날 수 있다.


기후변화가 식재료에 미치는 영향이 토마토나 바지락에만 미칠까? 우리가 즐겨 먹던 수많은 식품이 해당된다. 식품에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은 해외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커피 원두와 초콜릿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커피 한 잔이 사치가 될 날이 올 수 있다. 원두 가격의 최근 5년 상승률은 250%에 달한다. 커피는 원래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 브라질ㆍ베트남ㆍ콜롬비아ㆍ인도네시아 등 5개국이 전 세계 원두의 70% 이상을 생산한다. 그런데 재배지의 기온 상승과 가뭄, 홍수 등 기상 이변 여파로 계속적인 공급량 감소를 부르고 있다. 이미 초콜릿 업계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폭우와 폭염에 코코아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과일이나 견과류를 넣은 그래놀라 바 제품을 내놓았다.


기후변화로 바뀌는 식품의 비근한 예를 들어보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살 세상은 훨씬 큰 충격의 '기후 뉴노멀'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질서를 뜻하는 뉴노멀이란 말처럼 세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세상이다. 백 년 천년만에 내릴 폭우가 매년 내리고, 1년 치 강우량이 몇일 새 쏟아져도 이젠 그것이 늘상 있는 정상이 되는 세상이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극한 기후는 시작에 불과하다. 2년 전 세계기상기구(WMO)는 “5년 내 사상 최악의 더위가 올 것”이라 경고했다. 흐란트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2020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이 평생 겪게 될 기후 재난의 빈도가 이전 세대보다 5배 가까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평균기온 상승이 아니라 기후의 변동성


인류는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각국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기후 재앙을 막을 마지노선으로 ‘산업화 이전 시대 대비 평균 1.5도 상승’을 제시했지만,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임계점은 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한 순간 폭발하는 지점으로 티핑 포인트가 되어 이 지점이 지나면 더 이상 인간의 노력으로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2023년 발표한 '전지구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세기가 다 가기 전인 2081~2100년 사이에 지구 평균온도가 1995~2014년 대비 최대 5.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북극의 얼음은 2041~2060년부터 여름철에는 아예 볼 수 없을 것이고, 해수면 높이는 52~91㎝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 지구 평균 강수량은 5~10% 증가한다고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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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판교 테크노밸리 소재 IT벤처사업을 하면서 취미로 10년째 전국으로 트레킹을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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