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손상, 면역 교란_인류는 미세 플라스틱 재앙을 막을 수 있는가
장기 손상부터 DNA구조 변화까지
오늘날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오염은 관리나 재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숨만 쉬어도 공기와 마시는 물에 미세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해악은 공포 수준이다. 신경 독성과 장 손상 등으로 생물체의 내부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2024년 초 이탈리아 연구진은 심혈관 질환 환자의 경동맥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는데, 플라스틱이 검출된 환자들은 이후 3년간 뇌졸중, 심장마비, 급사 위험이 평균 4.5배 더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말 뼈와 근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한 중국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뼈와 골격근 성장에 영향을 주거나 운동 능력 저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실험에서는 플라스틱 입자가 뼈세포·근육세포의 분화와 성장을 억제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올해 초 미국 연구진은 사망한 사람들의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치매를 앓았던 이들의 뇌에서 플라스틱 입자가 비치매 환자보다 10배가량 더 많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입자들이 에너지원인 지방을 타고 뇌로 이동한다고 지적했다. '브레인 메디신'에 발표된 4편의 논문에서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축적이 전 세계 치매·우울증·정신건강 장애 증가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종합했다.
염증 반응을 유도해 암 발생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위암 세포는 그렇지 않은 위암 세포보다 74% 더 빠르게 자라고 전이도 3.2~11배 많아 암세포 성장과 전이를 가속화시키며 면역을 억제하고 항암제 내성을 일으켰다. 플라스틱 입자가 발암물질(PAHs, 노닐페놀 등)을 흡착해 체내로 함께 침투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가 큰 부분이다. 미세플라스틱이 달팽이관을 손상시켜 청력 손실과 균형 감각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서울대, 중앙대 공동 연구 결과도 있다. 여러 연구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장 기능을 방해하거나 간 손상과 염증 반응 유도도 확인됐다. 영유아에게는 소량으로도 치명적이다. 이탈리아 마르케 폴리테크닉대학교 연구진은 산모 34명의 모유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영유아들이 행동·인지 발달 저하 같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미세플라스틱이 만성 염증, 세포 손상, 면역 교란 등 병리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을 강조한다.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세포 독성과 생리 기능 교란 가능성이 속속 보고되고 “인체 세포 구성 물질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정상 세포의 에너지 대사 경로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비정상적인 대사 재프로그래밍을 유발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심지어 미세 플라스틱이 DNA 구조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을 밝히는 과학적 연구가 본격화하기 시작했지만 규제와 정책 대응은 아직 없거나 초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가
플라스틱은 이제 생필품을 넘어 각종 산업과 의약 등에 안 쓰이는 곳이 없게 됐다. 플라스틱의 발명은 인류에게 신세계의 삶을 선사했지만 100년 만에 축제는 끝나고 반대로 재앙이 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에 이어 인간과, 넓게는 지구 생태계 전체에 가장 큰 위협의 하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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