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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장수왕이 돼보는 아차산 역사길

하상급/역사길

by Hiker 나한영

서울 동부권에서 가장 좋은 생태자연을 갖춘 아차산의 경관은 특별하다. 드넓은 잠실벌, 서울과 경기의 동부지역,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모두 바로 발밑에서 보여준다. 이 같은 지형적 특성으로 아차산은 삼국시대부터 주요 요충지였고, 백제, 고구려, 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아차산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역사의 현장이다. 고구려군이 한강 넘어 백제의 수도 위례성을 앞에 두고 한성백제를 치기 위해 진을 쳤던 바로 그 길을 따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떠난다. 고구려 장수왕이 각 보루를 시찰하며 내려다보았을 조망을 함께 느끼는 것은 이 길만이 주는 특혜이다.


아차산 정상(296m, 3보루)


출발은 광나루역 1번 출구에서 한다. 고대부터 주요 교통로였던 광나루터와 경주의 불상 양식을 볼 수 있는 상부암석불입상을 만나고 워커힐로 오른다. 봄철이면 벚꽃축제를 개최하던 소문난 벚꽃 명소이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도 뒤질세라 화사한 봄꽃 잔치를 연다. 해가 안보일만큼 울창한 아름드리 숲길 워커힐로는 한적하기만 하다.


워커힐 벚꽃(좌)과 워커일로(우)


아차산성 유원지에서 아차산성로 탐방이 시작된다. 해맞이공원 밑에서 범굴사(대성암) 방향 한적한 아차산 뒷길로 들어선다. 산비탈 오솔길 걷는 재미에 빠지다 보면 바로 코 앞으로 구리시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난다. 아차산 암벽 기슭에 아슬아슬 자리한 범굴사를 지나면 거대 암벽이 나타난다. 저길 어떻게 가나 하는 순간 친절한 줄과 계단을 따라 누구나 암벽 전문가가 되고, 어느새 구리, 한강, 서울 동부를 발아래 굽어보는 절벽 바위 위에 서게 된다.


범굴사 뒤 암반, 줄을 잡고 누구나 오를 수 있다.(좌) 암반 위(우)


아차산 능선을 만나 서울과 구리시를 양 옆으로 두고 걸어 3보루(아차산 정상 296m)), 4보루를 지나고, 용마산 전망대에 서면 아차산의 형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차산의 척후병처럼 구리 쪽으로 외따로 돌출된 시루봉(205.8m) 보루는 옛날 전투를 앞둔 군 기지라기보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릴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에서 한강, 왕숙천과 구리 평야 지대의 조망은 최고다.


시루봉 보루(2021. 3. 21.)


시루봉에서 나와 민간 신앙의 공덕탑인 거대 관룡탑을 지나 다시 아차산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여기부터는 올 때와 달리 경관 좋은 1보루를 지나고 아차산 해맞이 광장을 지나 고구려정으로 내려온다. 산비탈 전체가 하나의 너럭바위인 거대 암반을 통과하고 아차산 생태공원을 지나 광나루역으로 돌아온다.


1보루에서 본 한강과 구리, 서울 강동구 조망(21.3.21.)



아차산 역사길 정보

◇길의 유형/형태 : 숲길/흙길 70%
◇거리 : 11km
◇소요 시간: 4시간 30분
◇시작/종료 지점 : 광나루역 2번 출구/광나루역
◇경유지 : 광나루터-상부암석불입상-워커힐길-아차산성-낙타고개-대성암-아차산 정상(3보루)-4보루-시루봉-관룡탑-깔딱고개-4보루-3보루-(5보루 통제)-1보루-해맞이광장-고구려정-아차산생태공원-광나루역
◇걷기 포인트 :
- 삼국시대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인 역사의 현장
- 바로 발밑으로 잠실벌, 서울과 경기의 동부지역, 한강을 내려다보는 천혜의 조망
- 고구려가 보루를 거점으로 남진해 최종적으로 쌓은 아차산 보루군(사적 제455호)
- 삼국시대 방어요새 아차산성(사적 제234호)
- 한강과 구리 평야지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요충지의 시루봉 보루
- 민간 신앙 형태를 보여주는 관룡탑
- 아차산의 풍부한 생태자연을 즐길 수 있는 '아차산 생태공원'
-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주요 교통로였던 광나루 터
- 경주에 가지 않고 통일신라시대의 경주 불상 양식을 볼 수 있는 상부암석불입상
- 암벽 틈새의 협소한 공간에 자리한 대성암(범굴사)과 암벽 위 조망
◇녹색길 비율 : 95%
◇난이도/경사도 : 하상급/40도
◇샷 장소 : 중상/보루와 전망대, 시루봉
◇걷기 좋은 때 : 소나무가 많아 사시사철 좋다. 숲 우거진 여름이 특히 좋고, 조명과 시원한 바람, 야경이 일품인 야간에 걷기에도 아주 좋은 길이다. 아침 일출 보기에도 좋다.
◇Tip :
- 단축 걷기로 4보루까지만 가도 좋다. (시루봉 제외, 이 경우의 걷기 거리는 7km) 광나루쪽을 생략하고 걸을 수도 있다.

- 마치는 지점은 광나루역 대신 아차산역으로 해도 된다. (총 걷기 거리는 동일)
- 화장실: 아차산 생태공원
◇등급 : ★★★★★


능선 곳곳에서 전망대를 만난다.
고구려정(좌)에서 본 전망(우), 그 밑 너럭바위로 내려온다.
잠실, 한강, 구리, 남산까지, 아차산은 야경 역시 일품이다.



경유지 소개

◇광나루 : 강이 교통로이던 고대부터 중요 나루터로 진취락(국경지대에 발달한 취락)을 형성했던 곳이다. 삼국시대의 서울∼부산 간 교통로가 이 지역을 지나고 있고, 북쪽으론 한성백제가 위례성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아차산성이 있었다. 조선시대에도 서울과 강원지방을 이어주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도로의 길목에 위치하였다. 당시엔 광나루 북쪽 언덕에 광진원이 위치하여 사람들의 내왕을 조사하고 조운을 관장하였을 정도로, 광나루는 서울 주변의 중요한 나루터로서 기능을 수행하였다. '광진구 표석 1', '서울시 표석 6'인 광나루터 표석만이 당시를 대변하고 있다.

◇상부암석불입상 :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한 후 통일신라 시대 때 조성된 불상. 신체 비례와 착의법 등에서 통일신라시대 경주에서 유행한 불상 양식을 따르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통일신라 불상 양식을 반영한 작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통일신라 경주지역에서 유행한 불상 양식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상황을 밝힐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유물이다. 경주에 가지 않고도 경주의 불상 양식을 서울에서 볼 수 있다.


광나루터 표석(좌), 경주 양식의 정감있는 석불입상(우)


◇아차산성 : 처음 한성백제가 축조하였으나 고구려와 싸움에서 고구려 차지가 되었고, 고구려는 이곳에 보루를 축조했고, 이후 신라에 의해 사용되었다. 2000년 이후 고고학적 발굴 조사로 지금의 아차산성은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한 뒤 새로 쌓은 성이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삼국사기>에 장수왕이 한성백제를 공략할 때 백제 개로왕이 전사한 곳으로 전해진다. 이후 고구려의 남진 기지였다가, 6세기 신라 진흥왕 때 신라가 차지했다. 590년(영양왕 시기) 고구려의 온달이 "계립현과 죽령 서쪽 땅을 되찾기 전엔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아차산성을 공격했으나 결국 신라군의 화살에 맞아 전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온달이 전사한 위치에 대해서는 충북 단양의 온달산성이라는 설이 대립하고 있다.


아차산성(좌) 옆 낙타 등을 걷는 것 같이 굴곡진 낙타고개(우)


◇대성암(범굴사) : 아차산 동편 암벽 기슭의 좁은 터에 아슬아슬 자리한 암자이다. 강동구와 한강, 구리시를 발밑에 내려다보며, 정동향으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좋은 위치가 대웅전과 삼성각이 일자로 배치됐을 만큼 협소한 터를 상쇄한다. 원래는 봉은사의 말사인 '범굴사'로 신라 진덕여왕 원년(647)에 의상대사가 개창했다. 이후 고려 우왕 원년(1375)에 나옹화상이 중창하여 대성암으로 이름을 바꾸고 수도하였는데 어느 때인가부터 폐사되었다고 한다. 이후 조선 시대에 거사 방지성, 운악산 승려 전령이 전각을 짓고 거처하다 임오군란 때 불탔고, 1912년 이후 중건되었다가 한국전쟁 때 다시 불탔다. 1954년 법당과 요사채가 재건됐고, 이후 삼성각과 범종각이 추가돼 현재에 이른다.


범굴사 가는길(좌), 범굴사(중)와 종각(우)


◇아차산 보루 : 고대에서 지금까지 군사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차산 일대에 축조된 아차산·홍련봉·시루봉·용마산·망우산으로 이어지는 보루군을 말한다. 5세기 후반 고구려가 백제를 침공한 후 한강유역을 지키기 위해 쌓은 성으로, 능선상의 봉우리들 정상에 400~500m 간격으로 축조돼 있다. 고구려는 임진강·한탄강 유역에 보루를 쌓고 거점을 확보하며 점진적으로 내려와 아차산에 최종적으로 보루를 쌓았다. 아차산 보루는 고대에 남과 북으로 진출하는 중요 교통로인 중랑천과 왕숙천, 한강과 주변의 평야지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전쟁 시 적의 접근과 움직임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특히 백제나 신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고고학적 자료가 부족한 고구려 관련 연구(고구려 국경지대 요새의 구조와 성격, 국경 방위 체계, 군 편제 등)와 사료가 전해주지 못하는 고대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 중요성 때문에 2004년 아차산 일대의 보루군 17개소가 국가 사적 제455호로 지정되었다. 보루 내부에는 여러 기의 건물들과 저장시설, 방앗간, 단야 시설 등이 발견되어 이를 토대로 한강 유역에 주둔한 고구려 병사들의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었다. 고구려 온돌시설도 발견되어 추운 날씨를 이겨냈던 고대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보루란 둘레가 300m의 이내로 작은 성으로, 산 위의 군사 기지인 셈이다.


4보루(좌), 시루봉 보루(우)


◇관룡탑 : 1970년대 보살 부부가 이곳에 살면서 기도처로 사용하기 위해 산에서 나오는 깬 돌을 그대로 쌓아 올려 형성되었다. 밑면 11m, 높이 13m의 거대 적석탑이며, 탑 하단부에 불상을 봉안한 감실과 탑 뒤쪽에 산신각인 작은 적석탑이 민간 신앙의 성격을 보여 준다.


관룡탑(좌), 뒤쪽의 산신각(우)


◇아차산 생태공원 : 서울을 환경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서울 공원녹지확충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2002년 조성되었다. 아차산 등산로 입구의 경사진 지형에 자리하여 자생식물원, 나비정원, 습지원, 관상용 논 및 재배용 밭, 산책로와 황톳길, 만남의 광장, 쉼터, 약수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화장실과 매점 등 부대시설도 갖추었다. 만남의 광장 한쪽에는 온달장군의 전설이 내려오는 아차산을 상징하는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상을 세웠고, 수생식물과 어류를 관찰하는 습지원에는 인어상도 설치돼 있다.


아차산 생태공원의 습지원



응용 코스

1. 서울둘레길 2코스 : 깔딱고개에서 아차산 정상을 지나는 서울둘레길 2코스 용마 아차산 코스와 대부분 중첩된다. 광나루역으로 내려오면 서울둘레길 3코스 고덕 일자산 코스로 이어 걸을 수 있다.


2. 백제 왕도길: 광나루역에서 광진교를 건너면 고구려가 진을 친 아차산과 한강 넘어 백제가 묘한 대비를 이루는 백제왕도길을 이어 걸을 수 있다. 500년간 한성백제의 왕도였던 현장을 걷는 길이다.


3. 구리둘레길 1코스 : 아차산은 서울과 구리의 경계지역으로 역사길의 여러 부분이 구리둘레길 1코스와 중첩된다. 구리둘레길 1코스는 교문사거리에서 태왕사신기 촬영장인 고구려 대장간 마을, 코스모스 축제가 열리는 한강둔치 꽃단지, 장지공원과 연결된다.



아차산 역사길 지도


*단축걷기 : <방법 1>4보루까지만 갔다가 돌아온다. <방법 2> 출발시 광나루 쪽으로 가지 않고 광나루역 1번 출구에서 바로 생태공원을 지나(점선 부분) 아차산성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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