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익준 Nov 07. 2018

눈이 내린다

눈이 적당한 잔상을 남기고 내린다. 별이 부서져 떨어질 때처럼.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여자의 손처럼. 빛나는 하얀 눈이 내린다. 예상치 못한 눈은 반갑다. 우산 따위로 피하기보다는 그 자리에 몇 시간이고 서서 눈이 쌓일 때까지 바라보고 싶을 정도로. 


떨어지는 건 대부분 시끄러운 법인데. 눈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 옷에 잔뜩 붙어대는 눈발이 전혀 귀찮지 않았다. 오늘 다 시끄러운 일뿐이었는데, 너라도 이렇게나 얌전히 내리니까.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_

새 책 <가끔은 조용하고 어둡고 싶은거야>에 수록된 글입니다.
11/27까지 텀블벅 펀딩 진행 중입니다.

https://tumblbug.com/ikcloud

매거진의 이전글 서른에는 어른이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