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적당한 잔상을 남기고 내린다. 별이 부서져 떨어질 때처럼.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여자의 손처럼. 빛나는 하얀 눈이 내린다. 예상치 못한 눈은 반갑다. 우산 따위로 피하기보다는 그 자리에 몇 시간이고 서서 눈이 쌓일 때까지 바라보고 싶을 정도로.
떨어지는 건 대부분 시끄러운 법인데. 눈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 옷에 잔뜩 붙어대는 눈발이 전혀 귀찮지 않았다. 오늘 다 시끄러운 일뿐이었는데, 너라도 이렇게나 얌전히 내리니까.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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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가끔은 조용하고 어둡고 싶은거야>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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