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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익준 Nov 07. 2018

그만두다니! 대단해!

회사를 그만두다니, 대단해!


퇴사 후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의 말이었다. 사실 지금 심정으로는 부러움 보다는 동정의 말이 어울린다고 잠시 생각했지만, 뭐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말로 무마했다.


글쎄, 친구야 내가 대단한걸까. 나는 한창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할 나이인데 돈도 벌지 않고, 오히려 까먹고 있고. 엄마에게 얹혀 살며 밥을 축내고 있으며, 매일 미래를 고민한다는 핑계로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일쑤이며, 가끔 스트레스도 풀어줘야 한다는 합리화 아래 몇 시간씩 게임을 한단다. 그러다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온갖 긍정적인 말로 나의 모든 바람이 이미 이루어진 것 처럼 격양된 목소리로 떠든단다. 남들은 애저녁에 다 다녀온 도서관을 이제야 들락거리는 주제에 스스로 도서관 씩이나 간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며, 미래를 위해 뭘 해야할지 알면서도 나태한 생활을 지속한단다. 그리고 주말이면 남들 다 놀때 괜히 같이 쉬어줘야 한다며 휴식도 꼬박꼬박 챙기는걸.


내가 대단한걸까. 친구야.

아무리 따져봐도 대단한 구석이 없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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