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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익준 Nov 17. 2018

여기는 어디쯤입니까.

이 배에 선장은 없다. 있다면 만나보고 싶다. 아니 있었으면 한다.

퇴사 후에는 매일 불안한 하루를 먹기싫은 밥상마냥 받아내야 했다. 그래도 오늘 할 일을 넘기지 않으면 나는 또 루저가 될 것이라며 쉴새없이 나를 책상앞으로 떠밀었다.

덕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출간준비는 마무리단계에 들어섰고, 다음주 부터는 마지막 검토 후 인쇄를 넘기게 되었다. 며칠 간 내달린 탓일까, 오늘은 아침부터 머리가 멍하더니 하루종일 잠이쏟아져 당황스럽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는 통에 어쩔수 없이 오늘 하려고 했던 일들은 잠시 미뤄두어야 했다.

밤 10:27분, 또 깜박 잠에 들었다. 언제 잠에 든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눈을 뜨니 허연 천장이 보인다. 머리는 여전히 멀미기운이 남아있다. 선체가 심하게 흔들린다. 낡고 냄새나는 창고 안 여기저기서 병에 걸린듯한 기침소리가 들린다.

이 배에 선장은 없다. 있다면 만나보고 싶다. 아니 있었으면 한다.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묻고싶다. 여긴 어딥니까, 저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겁니까, 도착은 얼마나 걸립니까, 도착하는 그 곳은 좀 괜찮은 곳이랍니까. /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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