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익준 Nov 27. 2018

앞으로는 무언가를 원하지 않으렵니다.

너무 먼 곳은 어차피 잘 보이지도 않는 걸요

그동안은 삶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것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참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근데 이제 와서 보니 아주 바보 같은 생각입니다. ‘당장 다음 주에 첫눈이 내릴 것이다.’라고 예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거든요. 첫눈이 예고도 없이 내리는 것을 숱하게 보고도 왜 삶은 예측할 수 있다고 자신했을까요?  그리고 이걸 왜 이제야 깨닫는 걸까요? 추측컨데 서른한살쯤에는 남들 다 아는걸 뒤늦게 깨우치는 일이 많아지는 건가 봅니다.


인생은 생각만큼 어렵거나 복잡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오늘의 내가 모여 내일의 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지금의 내가, 여든 번째 겨울에는 여든의 내가 살고 있을 거라는 거. 앞날은 딱 그 정도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을 미리 상상해본들 생각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앞으로는 무언가를 원하지 않으렵니다. 너무 먼 곳은 어차피 잘 보이지도 않는 걸요. 어제처럼 제 방 의자에 앉아 이번 겨울을 뜨겁게 보낼 방법이나 모색할 겁니다. 누군가 지나가듯 말했습니다. 살아온 만큼 두 바퀴만 더 돌면 이번 생도 끝이 난다고요. 처음엔 쓸데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생각이 납니다. 흐릿한 것을 쫒기에는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냥 내일도 오늘을 차곡차곡 채우며 살기를. 그러다 다음 겨울이 찾아오면, 집 앞에 쌓인 눈을 맨손으로 집어 들며, 올해도 참 뜨거웠다고 말할 수 있길 작게 바랄 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 만나는 새벽의 감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