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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익준 Dec 07. 2018

목동

”신혼집 살려면 어디가 좋을까?, 전세같은거”


친구에게 맥락도 없이 물었다. 새로 삶을 시작하기에 친구는 신정동이 참 살기 좋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 동네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마침 근처라며 친구는 날 차에 태워 곧장 신정동 골목길로 데려갔다.


친구는 ‘어릴 적 뛰놀던 추억에 담긴 곳’이라는 말로 동네를 소개했다. 옛 주택가지만 삭막하지 않고, 삭막할만 하면 놀이터나 학교가 나타나서 좋다고 덧붙였다. 나는 친구의 가이드와 함께 키가작은 주택이 늘어선 길을 훑어보다가, 적당한 곳에서 내려 걸었다. 전봇대에 빨래줄마냥 전깃줄이 늘어지고, 빨간 벽돌은 적당히 달궈진 난로처럼 찬 골목을 덥히고 있었다. 다만 눈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골목 끄트머리에 거대한 등대처럼 우뚝 선 주상복합아파트의 불빛이었다.


“아, 저게 그건가 목동 그. 뭐지?”

“어 타워팰리스?”

“어 그건가 뭔가 하여튼. 그 주상복합, 저런건 얼마지?”

“한 15억 하겠지 뭐”

“아 15억”


비싼 건물이구나. 15억짜리 풍경은 어떨까. 줄곧 올려다보며 산 입장에서는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낮은 건물이 골목길을 따라 붉게 담장을 이루고 있었다. 그곳은 깊은 물 속처럼 차갑고 어두웠다. 친구의 설명이 끝나고 그 동네를 빠져나와서야 나는 비로소 모자랐던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는 도망치듯 내달렸다. ‘꽤 멀어졌으려나’ 하며 뒤돌아보니 여전히 저 멀리 등대가 시퍼렇게 내려다본다. 평범한 나의 줄기는 저렇게 높은 곳까지 뻗치지 못하겠지. 분명 얼마 오르지도 못하고 말라버릴 것이다. 자꾸 쳐다보니 머리도 눈도 아프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뒤로 젖힌다. 어차피 가질 수 없는 미래라면, 차라리 못 본척 하는 편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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