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워지는 과정
성숙은 성장을 포함한다.
성장한다고 성숙한 것은 아니다.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성숙이다.
성장이 몸 자체의 성장과 함께
일종의 ‘실력’을 통한 사회적 쓰임새를 키우는 느낌이면서
동시에 나와 타인과의 거래 관계적 속성의 느낌이라면,
성숙은 나와 나의 관계에 더 집중하는 느낌이면서
쓰임새적 관계가 아닌
타인을 포용하는 과정이 점점 넓어지는 지점으로
도달해 가는 느낌이다.
성장은 단계별로 차근차근,
눈에 잘 보이고 잡히는 반면
성숙, 즉 숙성되는 과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에 잡히는 물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탄탄한 과정과 질서 속에 성장이 이뤄지는 반면
성숙은 단어의 조신하고 품위 있는 뉘앙스와는 다르게
혼돈과 무지, 분노와 놀람, 자괴감과 자신감 등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오르고 내리는
격한 과정들이 무질서하게 전개되며 이루어진다.
성장은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지 않아도
외부(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사회적 분위기 같은)에서 문제를 던져준다.
정답만 찾으면 되는,
비교적 쉬운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숙은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인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성숙할 기회가 우연찮게 외부로부터 굴러 들어올 때
그것을 꼭 붙잡아야 한다.
그 기회는 보통
‘어리둥절함’을 유발한다.
내가 알던 상식이, 관념이, 세계가 깨뜨려지는 경험,
질서가 무너지고 혼란이 시작되는 경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으로
모험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경험.
이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어리둥절'해진다.
바로 그 어리둥절을 대하는 태도,
그 어리둥절을 해석하는 태도에서
우리의 성숙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