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살묘범이 되다.
“응? 뭐라고?”
옆 형님집 마당에 키우는 고양이가
내가 주차하는 차리에서 죽었다고,
고모부가 우리 고양이를 친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럴 리가, 차를 쌩쌩 달릴 곳도 아니고
사방에 카메라가 달려서 다 보이는데
난 고양이 보지도 못했어. 그리고 내가 쳤으면
느낌이 났겠지. 바깥에서 치이고 내 주차자리 쪽에서
죽은 거 아냐? “
나도 당황해서 이리저리 상황을 설명하려 해 봤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내가 생각해도 내가 실수로 고양이를 쳤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제저녁에 공연관람 나갔다 들어왔는데
들어오는 길에 주차하려고 보니까
후방카메라로 비친 바닥에
기름이 샌 것 같은 흔적이 있었더랬다.
아내는 차에서 뭐가 샌 것 아니냐며 물었고
난 아닐 거라고, 그랬다면 경고등이 떴을 거라고 말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공연 보러 나가는 길에 그런 건지,
우리가 나가 있는 동안 옆집 애들이
죽은 고양이를 발견한 것이다.
마음이 더 우중충해진 건
불과 몇 주 전에
그 집고양이 한 마리가 다른 차에 치여 죽었고,
새끼고양이 한 마리는 실종되어
1달 상간에 3마리의 고양이를 잃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
(옆짚엔 총 5마리의 고양이를 마당에 풀어놓고 키웠다.
촌이라 가능한 상황이긴 했다)
매일 아침
내가 중고등학교 애들을 등교시키는데
오늘은 형님집 애들이 등교를 안 했다.
그 애들도 마음이 심란한 거겠지.
대신 형님이 뛰쳐나와
너무 마음 쓰지 말라며,
사고인걸 어떡하냐고,
연이어 고양이가 죽어 애들 맘이 그런 거지
너한테 감정이 있는 건 아니라고 위로를 건넸다.
마음이 뒤숭숭한 게,
범죄자가 된 기분.
기분이 급 다운돼서
종이를 꺼내
그림을 마구마구 그려댔다.
어떻게 이 불편한 기분과
어색한 관계를 개선할지...
늘 이런 관계 개선을 어려워하는 내게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겨버렸다.
매일매일
나의 성숙을 부채질하는
어리둥절의 기억은
부지런하게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