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한 발짝 느리다.

걸음이 느린 마음

by 이키드로우

삶의 파도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예상치 못한 규모로

급격하게 나를 덮쳐온다.


2, 30대 시절의 나보다는,

또 40대 초의 나보다는

상황을 차분히 처리하는 능력과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어리둥절한 감정과 정서를

토닥이는 능력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머릿속으로는

‘아무 일 아냐, 괜찮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야,

이 정도로 난 무너지지 않아,

다시 일어서면 돼,

뭐, 어쩌라고?‘하는 등

꽤나 듬직한 어른의 모습을 코스프레하며

그 쓰나미들을 슬쩍 비켜가는 척한다.


분명 괜찮았는데,

분명 머릿속으로는 다 괜찮다고 정리한 일인데,


몇 시간이 지나고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고 나서

그 쓰나미의 후폭풍이

나를 거세게 후려친다.


꽤 아프다.

단단히 굳은살이 배겼다였던 부분조차

후폭풍 앞에서는

여전히 우울하고 어두운 아픔으로 다가온다.


마음은 늘 한 걸음씩 느리다.

나는 특히나 더 그렇다.

괜찮다 괜찮다 했던 생각들을 앞으로 한 채

마음은 늘 뒤에서 천천히,

그 아픔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태로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걷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