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기 위함이 아닌 오래가기 위한 거리감

가까움에 대한 오해를 지나며

by 이키드로우

나는 오래가는 관계를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수라고 믿게 되었다.


사람을 잘 몰랐던 시기에는

가깝다는 것이

내 마음을 전부 열고,

나의 모든 것을 오픈해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가까워질수록

사람의 연약함과 모순됨,

어리 석음들이

서로 뒤엉켰고,

그 관계는 종종

괴물 같은 형태로 변해갔다.

결국 좋지 않은 끝으로 향했던 경험도

몇 번 있었다.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되는지 몰랐다.

지금 돌아보면

가까움에 대한 이해가

너무 단순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워야 할 관계,

가족 안에서는 어떨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고민 중이다.

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오픈하는 것,

모든 감정과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 것이

과연 괜찮은지 확신이 없다.


누군가는

가족은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진짜 쉼이 된다고.

그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아직

내 몸과 마음이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렇게 믿는 쪽에 가깝다.

적당한 거리가

더 좋은 관계를 만든다고.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몇몇 커뮤니티가 있다.

그들과의 관계는 소중하다.

그래서 더더욱

너무 과하게 가까워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거리를 조절한다.


만나는 텀을 조절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늠하고,

대화의 깊이 역시

상황에 맞게 선택한다.


특히 나는

사람이 너무 가까워질 때

예의가 무너지는 순간들을

여러 번 보아왔다.

배려가 사라지고,

관계가 당연해지는 순간들.


그게

나는 너무 싫고,

너무 힘들다.


이런 태도가

너무 피곤하게 사는 걸까

스스로에게 묻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좋은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가까워지기보다

지켜내는 쪽을 선택한다.

모든 걸 나누지 않아도,

모든 감정을 공유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관계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적당한 거리는

벽이 아니라,

관계를 오래 유지하게 하는

완충 장치에 가깝다.


지금의 나는

그 거리를 연습하고 있다.

멀어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쉽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아직 정답은 모르겠다.

다만 이 방식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성실한 관계의 형태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