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일관된 태도는 지켜야 하지만 일관성을 위한 기준은 변해야 한다.

by 이키드로우

나는 오랫동안

어디서나 일관성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같은 태도, 같은 기준을 유지해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다.


일관성은

성숙한 사람의 기본값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나는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기준을 엄격하게 세우고,

그 기준을 바꾸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삶은 단순하지 않았다.

내 안에는

나도 몰랐던

여러 가지 생각과 마음들이 있었고,

내 의지와 다르게 행동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었고,

아닌 걸 알면서도

끌려가듯 선택하게 되는 때들도 있었다.


삶이 복잡해질수록

일관성은

지켜야 할 태도가 아니라

나를 옥죄는 규칙처럼 느껴졌다.


그때 깨달은 건 이거였다.

문제는 일관성 자체가 아니었다.

문제는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세워둔 기준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 데 있었다.


일관성에서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태도다.

삶을 대하는 자세,

사람을 대하는 기본값,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겠다는 약속.


하지만 그 태도를 지탱하는 기준은

삶의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오히려 달라져야 한다.


사람은 변한다.

환경이 바뀌고,

관계가 달라지고,

경험이 쌓이면서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그런데 기준만 그대로 두면

일관성은 성숙이 아니라

자기부정이 되고

자기 사슬이 되어버린다.


데미안에 나오는

알을 깨고 나오는 이야기처럼,

사람은 어느 순간

이전의 껍질을 깨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 순간에도

일관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기준이 필요해질 뿐이다.


같은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아도,

지금의 삶에 맞는 기준 위에서

나를 배반하지 않고 있다면

그 또한 충분히 일관적이다.


나는 이제

일관성을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는 능력으로 보지 않는다.

삶이 바뀌어도

나를 대하는 태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준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용기로 본다.


기준을 바꾼다고 해서

일관성이 깨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기준을 바꾸지 못할 때

일관성은 살아 있는 태도가 아니라

굳어버린 집착이 된다.


일관성은

변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아니다.

변화 속에서도

어떤 태도로 살 것인지를

계속 선택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일관성을 유지하려 애쓰기보다,

지금의 삶에 맞는 기준이

무엇인지 점검한다.


태도는 지키되,

기준은 갱신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일관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