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힘이 아닌 방향을 잃지 않는 능력
인내는
참는 힘으로만 배워왔다.
힘들어도 말하지 않고,
불편해도 견디고,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질 거라는 믿음.
그래서 인내는 늘
지쳐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참기만 하는 인내는
사람을 앞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그건 인내라기보다
정지에 가까웠다.
내가 생각하는 인내는
무작정 버티는 힘이 아니다.
인내는
지금 당장 달라지지 않아도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을
의심하지 않는 능력에 가깝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기,
괜히 다른 길이
더 쉬워 보이는 순간들.
인내는 바로 그때
시험대에 오른다.
인내가 어려운 이유는
고통 때문만은 아니다.
불확실함 때문이다.
이 길이 맞는지,
언제까지 이렇게 가야 하는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시간.
그래서 인내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면
인내는 오래가지 못한다.
나는 인내를
참아내는 태도로만 두지 않으려 한다.
계속 견디기 위해서가 아니라,
필요할 때 멈추기 위해서도
인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내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붙잡는 힘이 아니라,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는 힘이다.
그래서 인내는
조용하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고,
사람들이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하지만 인내가 없는 선택은
쉽게 방향을 잃는다.
인내는
모든 상황을 견디라는 말이 아니다.
어떤 상황은
견디는 게 아니라
벗어나야 한다.
인내는
머무를 자리를 고르는 능력이다.
나는 이제
인내를 미화하지 않는다.
인내는
고통을 사랑하는 태도가 아니라,
지금의 불편함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를
끝까지 바라보는 선택이다.
네가 지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한가운데 있다면,
그 시간이
헛된 것은 아닐 수 있다.
인내는
결과를 앞당기는 힘은 아니지만,
길을 벗어나지 않게 해주는 힘이다.
그 정도면
인내라는 말이
삶에 남길 수 있는 의미로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