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지 않으면서 함께 가는 선택
헌신은
나를 지우는 일이 아니다.
참고, 버티고,
내 몫을 계속 미루는 태도도 아니다.
내가 말하는 헌신은
나를 포기하지 않은 채로
어떤 대상에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는 선택에 가깝다.
헌신이 오해받는 이유는
종종
희생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신이라고 하면
나를 내려놓아야 할 것 같고,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 같고,
끝까지 버텨야 할 것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방식의 헌신은
오래가지 못한다.
나를 잃은 헌신은
결국
원망이 되어 돌아오기 쉽다.
진짜 헌신은
나를 지우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부터는 무너지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헌신에는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지금 이 선택이
내 삶 전체를 잠식하고 있는지,
아니면
내가 가진 것 중 일부를
기꺼이 내어주고 있는지.
그 구분이 없으면
헌신은
금세 자기 소모가 된다.
헌신은
순간의 감정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분이 좋을 때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감동이 있을 때만 유지되는 태도도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사라진 뒤에도
계속 선택할 수 있는지에서
헌신의 진짜 성격이 드러난다.
그래서 헌신은
결단에 가깝다.
이 관계를,
이 일을,
이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대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선택.
그리고 그 선택 속에는
항상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헌신은
나를 없애는 사랑이 아니라,
나를 지킨 채로 함께 가겠다는 약속이다.
그 약속이 있을 때
헌신은
부담이 아니라
의미가 된다.
나는
무조건 참는 사람이 되기보다,
나를 지키면서도
함께 갈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선택이 쌓일수록
헌신은
나를 소모시키는 태도가 아니라,
관계를 오래 살아남게 만드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