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녘에, 나를 벼랑 끝에 세우기로 해놓고는

오후가 되니, 바로 마음이 바뀌는 마법

by 이키드로우

날이 제법 춥지만

기분 나쁜 추위는 아니다.


오전의 미팅을 마치고 나서

원래는 바쁠 예정이었는데,

미팅의 내용이 예정과는 다르게 흘러가서

조금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하루를 맞이하며

오늘은 나를 벼랑 끝에 몰아가며

나를 탄탄히 세워보리라

다짐했는데,

일이 다소 느슨해지고

날도 화창하고 따스해지니

또 눈 녹듯 마음이 녹으면서

나 스스로에게 또

무한히 관대해진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 와서

커피 한 모금 마시면서

바깥의 푸른 풍경을 바라본다.

나뭇가지가 설렁설렁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에

마임도 한결 편안해진다.

자리를 잘 잡은 듯.





진짜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인가?

지금 같은 기분으로는

조금 여유가 생기면서,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나를 쪼아 붙여야겠다,

벼랑 끝에 스스로 걸어가야겠다 했는데,

이렇게 금방 마음이 변한다.


나를 몰아붙이는 게

무섭거나 싫어서는 아니다.

그냥

사랑거리는 오후의

햇살과 풍경 속에 머무르다 보니,

나에게 조금은

더 쉼을 허락해도 되겠다 싶더라.


원래라면

급하게 진행했어야 했던

디자인 작업이

조금 뒤로 미뤄진 것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일이 바쁘면

마음의 여유가 따라올 수가 없으니까.


어쨌든,

어제보다, 그저께보다

훨씬 마음에 평안이 찾아드는 느낌이다.

다행이다.

다시 좀 차분해질 수 있어서.






커피와 함께 곁들이는

바게트 빵이

너무 맛있다.

마음이 좀 여유로워진 것에는

오늘 커피와 함께

빵을 먹기로 선택한 것도

아주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매장에서 직접 구운 바게트와

적당한 달기의 생크림이

조화롭다.

입이 즐거우니

기분도 함께 즐거워지면서

텐션이 기분 좋게 풀어진다.






그래,

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자.

무기력하고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로

나를 그냥 방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분이 괜찮다면,

나름 평온한 상태가 유지되는 거라면

일부러 나를 벼랑 끝에 세워

나를 닦달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어제까지는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없을까가

중요한 이슈였지만

오늘을 시작하고 나서는

무기력 이슈는 조금

잠잠해진 듯하다.


아침의 결정을 번복하는 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가벼운 행동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뭐 어때.

이것도 나를 사랑하는

나만의 방법인데 뭐.


이 평온한 상태가

이번에는 조금만이라도 더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해 본다.

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