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을 찾는 이야기 그림책
나는 늘
같은 길을 따라
마을로 나가 장을 보고
같은 길로 집에 돌아온다.
나의 하루는
대부분 그 루틴 안에 있다.
숲속의 작은 오두막에 사는 나는
숲을 지나 마을로 간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내가 다니는 길의 풍경은
늘 비슷하다.
그리고
마을로 가는 오솔길에서
나는 늘
토끼 한 마리를 만난다.
처음엔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숲에는 원래
그런 일이 많으니까.
하지만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내가 마을로 나가는
오솔길 길목 위,
토끼는 늘 그자리에 있었다.
유난히 작고 귀여운
그 토끼는
숲속 같은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내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한 번쯤은 만져보고 싶어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토끼는 늘 도망쳤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조금 멀어졌다가
다시 멈춰 서서
내 쪽을 바라본다.
다가가면 물러나고
멈추면 기다리는
묘한 거리였다.
그렇게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토끼가 좋았지만
다가가면 늘 도망쳤다.
오두막에 홀로 있는 것이
외로워서
마을에 나가
고양이와 강아지,
그리고 오리 몇 마리를
집에 들였다.
녀석들은
곧바로 집 안에 적응했고
내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집은
조금은 덜 외로웠지만
조금 더 시끌벅적 해졌다.
하지만
마을로 가는 오솔길을 걸을 때면
나는 늘
그 토끼를 떠올렸다.
오늘은 거기 서 있을까,
오늘도 나를 볼까.
집에 있는 동물들을 생각하다가도
길을 걷는 동안엔
자꾸만
그 토끼가 먼저 떠올랐다.
나는 그 토끼에게
이름을 붙였다.
뇸.
길을 지나는 나를 보며
늘 뭔가를
뇸뇸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붙인 뒤에도
뇸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않은 채
늘 같은 거리에서
나를 지켜 보았다.
나는
새하얗고 복슬한 그 털을
한 번만 쓰다듬어 보고 싶었다.
품에 안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생겼다.
하지만
뇸은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 처럼
마을로 향하던 길에서
뇸이
내 쪽으로 한 발짝 다가왔다.
나는
숨을 멈춘 채
손을 천천히 내밀었다.
멀리서 보던것보다
가까이에서 보니
내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갈 만큼
훨씬 작고 귀여웠다.
토끼의 코 끝을
살짝 만졌다.
깨물지 않았다.
피하지도 않았다
머리를 쓰다듬자
뇸은
잠시 그대로 있었다.
안아보려 하자
다시 폴짝 도망쳤다.
그날 이후
나는 숲을 지날 때마다
과일과 빵,
야채 같은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뇸을 부르지도
기다리지도 않았다.
그냥 먹을것만 두고
지나갔다.
어느 날은 먹을 것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어느 날은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시간은
늘 그렇듯
조용히 흘렀다.
그리고
몇 해가 더 지난
어느 날,
뇸은
아무 예고도 없이
폴짝
내 품으로 들어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뇸은
도망치지 않았다.
내 팔 안에서
가만히 숨을 쉬었다.
나는
뇸을 안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숲길을 지나오는 동안에도
뇸은
조용히 안겨 있었다.
몸을 내게 완전히 맡긴 채
어디에도 힘을 주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도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뇸을 안고 서 있었다.
그날
나는 집 안 한쪽을
다시 손보기 시작했다.
햇빛이 더 오래 머무는 자리,
소리가 지나치게 울리지 않는 곳,
뇸이 자유롭게 노닐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뇸과 함께
지내기 위한 자리였다.
문은 만들지 않았다.
울타리도 세우지 않았다.
대신
조금 더 정리하고
조금 더 정성을 들여
특별하게 공간을 꾸몄다.
공간을 만들며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결국
내가 진짜 좋아했던 건
이 토끼였다는 걸.
그날 밤,
나는 뇸을 안고 잠들었다.
뇸은
내 팔 안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아주 작은 숨을 쉰다.
방 안은 고요하고
숲속의 풀벌레 소리만
아름답게 들린다.
포근한 느낌과 함께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왔다.
행복한 기운에 잠겨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